“기부 많이 하는구나.”
“예, 부모님이 하라는 곳이 있어서요.”
“70만원이 넘던데…”
“하하. 연봉의 2% 가까이 되죠.”
올해 초 연말정산 자료를 준비하면서 회사 후배와 나눴던 대화 내용이다. 우연찮게 알게 된 후배들의 기부금 내역에 적잖게 놀란 터였다. 나보다 많은 금액에 놀랐고, “입사 때부터 해왔다”는 기간에 더욱 놀랐다.
이 때부터 기부금을 늘리기로 마음먹고, 국내에 새로운 기부처를 찾아 나섰다. 지금은 면피할 정도로는 늘려놨지만, 그 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분이다.
우리나라 1인당 개인 기부금액은 20만원(2013년 기준) 정도라고 한다. 2년전 1인당 국민소득(GNI)이 2만5000달러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1%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의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느정도가 ‘적정한’ 기부금 규모일까. 사실 ‘적정성’을 따지는 데 있어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개별 기업이 처한 환경이 너무도 다르고, 기업 문화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영업이익의 1%’ 정도를 적정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상장기업의 평균 기부금이 그 정도 수준이며, 정부가 진행하는 각종 입찰 사업에서도 참가자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영업이익의 1%’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연봉의 1%’와 ‘영업이익의 1%’의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개인에게 연봉은 사실 기업의 ‘매출’로 볼 수 있다. 연봉에서 집세(관리비), 식료품비, 의료비, 통신비, 교육비 등 제반 비용을 지출하고 남은 금액이 바로 기업의 ‘영업이익’에 해당한다. 여기에 이자 수익과 비용, 세금을 더하고 빼면 ‘순이익’이 나온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영업이익의 1%’는 ‘매출의 0.05%’에 해당한다. 즉 개인 연봉으로 환산하면, ‘연봉의 0.05%’만 기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출의 1%’가 적정 기부금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일본이나 중국 등에 비해 갈수록 뒤쳐지는 기업 이익률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숫자는 허상일 수 있다.
미국 신학자 나인홀드 니버(Neinhold Niebuhr)가 지적했듯이 이 같은 차이는 ‘도덕적인 개인과 비도덕적인 사회’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니버는 이런 문제는 오랜 시간의 ‘교육’과 ‘정치 활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우리 사회에서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특정 시점에 정치권이 주도할 수도 있으며, 기업 스스로가 나설 수도 있다. 정부의 각종 인허가 관련 사업에서 ‘사회 공헌도’의 기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정부 입찰에 참여키로 한 L기업의 경우 올해 180억원의 기부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평소 기부금을 3~4배로 확대한 수준이다.
존경받는 기업들의 적정 기부금 규모가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액’ 기준으로 바뀌는 시점도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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