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성 치루’ 환자의 80%가 2030세대 ‘자가 지방줄기세포 치료제 학계 주목
‘‘1년이상 치료효과 지속·안전성도 입증 ‘재발률도 낮아 완치 가능성 기대감UP‘ ‘뉴로타나-알’ 35만 루게릭 환자에 새 빛 국내 약2500명…최대 4조시장 창출 전망
‘헌터라제’ 헌터증후군 치료의 길 ‘활짝’ 안전성·유효성·가격 경쟁력까지 확보
26살 김 모씨는 4년 전부터 잦은 복통과 설사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까운 병원에서 장염 치료를 받으며 견뎠지만, 항문 옆에 구멍이 생기고 그 부위에서 고름과 배설물이 새어 나오면서 큰 병원을 찾았다. 원인은 ‘크론병’. 항문 옆에 생긴 구멍은 크론병의 합병증인 ‘크론성 치루’ 때문이었다. 항문 옆 구멍에서 나오는 고름과 배설물은 악취를 풍겼고, 구멍에 연결된 배액관 관리도 어려워지면서 직장생활은 물론 사람 만나는 것 조차 힘들게 됐다. 상황은 그야말로 암담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자신의 복부 지방을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고, 이후 크론성 치루가 완벽하게 치료됐다. 물론 현재까지 재발도 없다. 자가 줄기세포치료제가 한창인 20대 젊은이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크론성 치루’ 치료제 개발 학계 주목
‘크론성 치루’ 치료제인 자가 지방줄기세포는 서울아산병원대장항문외과 유창식 교수팀이 개발한 것으로 전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 교수팀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크론성 치루 환자 33명에게 자신의 배나 허벅지 지방을 이용해 만든 자가 지방줄기세포 치료제를 주입해 8주 후 27명(82%)의 환자에게서 누공이 완벽하게 막히는 치료 결과를 얻었다.
또 1년 후에도 88%가 재발하지 않고 치료 효과가 지속돼 안전성까지 입증 받았다. 크론병 환자 약 50%가 크론성 치루라는 합병증을 앓고 있고, 국내에 약 2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으며, 그 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특히 김 씨처럼 전체 환자의 80%가 20~30대 젊은이들에게 발병하고 있어, 활발히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시기에 일상생활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유 교수팀의 치료제는 크론성 치루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의지를 심어줬다.
유 교수팀이 시행한 줄기세포 치료는 기존 수술이나 대증적 치료와는 완전히 다르다. 환자의 지방을 흡입해 지방줄기세포를 분리한 후 배양해 줄기세포 치료제를 생산하고, 다시 환자의 누공 부위에 치료제를 주사한 후 치료 경과를 관찰한다. 괄약근이나 주위 조직의 손상이 전혀 없고, 배액관 관리와 같은 불편함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치료법이 개발된 것이다.
유 교수는 줄기세포가 치루 주위 조직을 근육이나 연부조직 등으로 재생되도록 돕고, 항염증 작용을 하여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 임상시험 결과는 세포치료제 분야 최고 학술지로 꼽히는 스템셀에도 게재되기도 했다. 유 교수는 “자가 지방줄기세포 치료제가 80% 이상의 치료효과와 더불어 그 효과가 지속되고, 재발률도 줄여주고 있어 향후 완치 가능성을 더 높여줄 것으로 전망 된다”고 밝혔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각자의 일을 하며 생활한다. 누구에게나 평범하게 이뤄지는 일상이다. 그러나 루게릭병 환자들에게는 희망사항이다. 루게릭병으로 손발을 모두 쓸 수 없는 원 모씨는 아직 말을 하고 고개를 움직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걸으면서 외출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입으로 전동휠체어를 조작해 외출할 계획이라며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우리에겐 흔한 일상이기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상의 소소함이 그들에게는 더없이 해보고 싶은 일상의 자유로움이다. 루게릭 환우 원 모씨는 말했다. “손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생각은 누구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어 그리 절망적이지 않아요” 그리고 “루게릭병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끊임없이 치료제 개발에 몰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이 병이 완치할 날이 분명 올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뉴로타나-알’ 루게릭병 완치 기대감 한양대학교병원 난치성 신경계질환 세포치료센터(센터장 김승현 교수)와 코아스템(주)이 공동으로 개발한 ‘뉴로타나-알’이 식약처에서 세계 최초로 루게릭병 치료용 줄기세포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루게릭병 완치의 기대감을 높였다. 미식품의약품국의 허가를 받은 ‘리루텍’이 현재 유일한 루게릭병 치료제지만 2~3개월의 수명 연장 효과만 입증되어 사용이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뉴로나타-알’은 1,2상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 받았고, 신경보호 작용 및 항염증 매개 면역조절작용을 하여 운동신경세포 사멸 및 신경염증반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병의 진행 속도를 완화 혹은 정지시키고, 신체기능도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며 임상시험 참여나 치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루게릭병 치료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하고, 다른 난치성 질환에도 줄기세포치료제 적용을 확대해 나갈 근거를 마련했으며, 무한경쟁에 돌입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 선도적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승현 교수는 “고통 받는 희귀난치성 환우와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게 된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치료제가 완치 목적이 아니라 증상 악화속도를 완화시키는 치료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 모든 환자에게 무조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은 떠오르는 시장이다. 루게릭 환자는 전 세계 약 35만 명, 국내는 약 2,500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가 등장한다면 2~4조 원 규모의 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루게릭병 줄기세포 치료제의 기능강화연구, 추가적 임상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파킨슨 병, 저산소성뇌손상, 난치성 치매 등 치료제가 전무한 난치성질환의 세포치료제 확대 적용을 위한 임상 연구도 진행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또 다른 신약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터라제’ 선진국 시장 진출 기대 희귀유전대사질환 가운데 하나인 헌터증후군은 그동안 미국에서 개발된 엘라프라제가 유일한 치료제였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제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료원 진동규 교수팀이 녹십자와 협력해 2012년 효소치료제인 ‘헌터라제’를 개발했다. 헌터라제는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엘라프라제에만 의존하던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했고, 엘라프라제의 가격도 떨어뜨리는 효과도 발생했다. 헌터증후군은 뮤코다당증(뮤코다당체가 리소좀에 축적되어 조직이나 기관에 퇴행성 병변을 일으키는 질환)의 7가지 유형 가운데 MPSⅡ형을 말하며, Induronate-2-sulfatase 효소 결핍으로 나타나는 X연관 열성 유전성 대사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의 환자가 있다. 헌터라제는 유전적으로 결핍된 효소를 환자의 말초혈액에 주 1회 약 3~5시간에 걸쳐 공급하면서 치료하는 방식이다. 헌터증후군 환자는 소아기에는 일반 소아보다 성장이 빠르지만 3세 이후 성장속도가 떨어지고 8세에는 저신장증이 뚜렷하다. 중증의 경우, 10대가 되면 심각한 인지 장애를 보인다.
일례로, 구토와 설사로 응급실에 내원했던 13개월 된 남아가 등에 몽고반점이 심하고, 척추뼈 모양이 새 부리 같은 소견을 보여 헌터증후군으로 의심돼 소아청소년과에 의뢰한 사례 등이 국내에 보고되고 있다. 너무 생소한 병인데다가 치료제의 안전성도 확보되지 않았던 헌터증후군이 국내 의료진의 신약 개발로 치료의 길이 열린 것이다. 헌터라제는 내년쯤 다국적으로 여러 기관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로써 선진국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진동규 교수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국제 수준에 맞게 기준을 세웠기 때문에 개발된 신약의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새로운 유전자 발굴과 신약 개발을 통해 의료선진화와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난치병 치료제 개발·지원 절실
만약 젊은 나이에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제도 없는 희귀 난치병을 앓게 된다면. 그래서 대인관계도, 사회생활도 원만히 하기 어렵게 된다면. 아마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일 것이다. 갈수록 유전적 요인 뿐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요인 등으로 희귀 난치병의 종류도, 환자수도 늘고 있다. 그러기에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그러나 치료제나 신기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다. 연구자는 오랜 시간 성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연구해야 하고, 정부는 그런 연구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우리 미래를 위해 보건의료산업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이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