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KB금융지주가 윤종규식 정면승부수를 던졌다.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선 이례적으로 경쟁사의 CEO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실험은 파격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를 뛰어 넘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려는 윤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실험인 셈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에 진행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배구조개선 TF팀의 자문을 수용해 사외이사 예비후보 풀(pool) 구성과 예비후보 평가, 최종후보 선정 등을 모두 분리해 진행했다”며 “주주제안을 적극 반영해 각 업무 분야별 전문가들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KB금융의 파격적인 사외이사 실험은 우선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는데서 출발했다. 기존의 사외이사가 지나치게 교수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는 지적을 감안해 금융, 회계, 재무, 법률ㆍ규제, 리스크관리, 인사ㆍIT 등 6개 전문분야에서 고루게 인물을 선발한 것. 이에 따라 9명의 사외이사 중 교수 출신은 6명에서 3명으로 대폭 줄였으며, 현업 경험이 있는 인력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경쟁사인 신한지주 출신들을 사외이사후보에 선임했다는 점은 파격 그 자체로 읽힌다.
이번에 사외이사후보에 선임된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과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ADB)연구소 부소장은 모두 경쟁사인 신한지주 출신이다. 최 전 사장은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지난 2003년 신한금융 사장까지 지내기도 했다. 그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의 통합작업을 진두지휘한 인사로 현 신한지주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부소장도 지난 2007~20011년 신한은행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재일동포 주주 등 ‘전략적 투자자’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 간 연결고리를 마련한 인물이다. 특히 지난 2010년 신한사태 당시에는 신한은행 이사회 의장도 맡은 바 있다.
이외에도 사외이사후보에 선임된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와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각각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와 연을 맺고 있던 인물들이다. 김유니스 교수는 지난 2008년 하나금융지주가 국내 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신설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담당 부사장을 맡아 2010년까지 재직했으며, 최 교수 역시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업체의 전 경영진이나 이사회 멤버들을 대거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은 금융권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리딩뱅크를 탈환하기 위한 환골탈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금융업계에선 처음으로 개인투자자 등 주주제안에 따라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도 기존의 틀을 벗어난 행보로 풀이된다. 김유니스 교수와 박재하 부소장,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등이 모두 주주제안을 받아 들여 사외이사후보로 선임한 인물들이다.
한편, KB금융은 최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외이사 후보 최종 7인을 선정했다. 사외이사 최종 후보에는 최 전 사장과 박 부소장, 김유니스 교수, 최 교수, 이 원장을 포함해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등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사외이사 최종 후보에 대해 자격 검증 절차를 거친 후 결격 요건이 없으면 오는 27일 이사회를 거쳐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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