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주 솔로앨범‘ 아이 엠’발표…록 기타리스트 유병열

블루지하고 격정적 연주 비장함 연출 봄 분위기 알리는 서정적 멜로디 표현도

한때 윤도현밴드서 활동 히트곡 작곡 앨범은 SNS통해 팬들에게 직접 팔아

한국에서 기타리스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반주자에 불과하다. 음반 시장이 위축돼 가수들조차 앨범을 발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연인 기타리스트가 자신의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일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기타리스트 유병열은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솔로 앨범을 발표해 온 보기 드문 연주자이다.

유병열의 이름이 낯선 이들에게도 윤도현밴드(현 YB)의 히트곡 ‘가리지 좀 마’ ‘먼 훗날’은 익숙할 것이다. 유병열은 윤도현밴드의 리더로 활동하며 히트곡을 작곡했던 기타리스트이다.

이후 밴드 비갠후를 거친 그는 현재 바스켓노트의 리더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솔로 앨범 ‘아이 엠’을 발표한 유병열을 지난 11일 서울 망원동의 연습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유병열은 “첫 솔로 앨범의 수록곡이었던 ‘후 엠 아이’ 이후 스스로를 관찰하는 과정은 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며 “솔로 앨범은 개인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끊임없이 자신을 살펴야 하고,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에 앨범 타이틀을 ‘아이 엠’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유병열은 지난 2장의 솔로 앨범을 통해 록이라는 큰 뼈대 위에 퓨전재즈 스타일의 다채로운 구성의 곡과 탁월한 연주를 선보여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앨범은 전작의 다소 복잡했던 부분을 덜어내고 자연스러움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유병열은 “처음 솔로 앨범을 발표할 때엔 록 기타리스트를 바라보는 편견을 깨려고 다양한 음악과 연주를 담았는데, 이번에는 그저 감정이 움직이는 대로 연주했다”며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리듬을 살리고 멜로디 라인을 선명하게 드러내 내가 들어도 지겹지 않은 앨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블루지하면서도 격정적인 연주가 비장함을 연출하는 타이틀곡 ‘아이 엠’을 비롯해 유병일이 직접 보컬을 맡아 절제된 연주를 들려주는 ‘낯선’, 보사노바 리듬으로 상쾌함을 살린 ‘비트 하이’, 봄의 희망적인 분위기를 서정적인 멜로디로 표현한 ‘스프링 2015’, 빠른 리듬의 록에 펑키한 연주를 가미한 ‘로드러너’ 등 9곡이 수록돼 있다.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을 뒤섞은 다채로운 곡들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지만, 유병열은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록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는 강렬한 톤의 연주를 전면에 내세운다. 다소 무거운 리듬과 묵직한 연주로 앨범의 마지막을 채우는 ‘헤비 바운스’는 그 명백한 증거이다.

유병열은 “솔로 연주는 밴드와는 달리 개인적인 느낌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수록곡들의 스타일이 똑같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록이란 색깔을 확실하게 가져가되 장르의 벽을 넘나들 수 있는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 내 음악적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열이 애용하는 기타는 국내 악기 업체 ‘길모어’의 제품이다. 일부 연주자들이 ‘펜더’ ‘깁슨’ 등 고가의 해외 브랜드 기타만 찾는 현실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유병열은 “국내 브랜드 기타의 완성도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고 어떤 부분에선 해외 브랜드보다도 낫다”며 “연주력이 궤도에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본인의 몫이지 기타에 기댈 필요는 없다”고 연주 철학을 전했다.

유병열은 이번 앨범의 판매를 유통사에 맡기는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직접 팬들에게 판매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그는 팬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앨범을 직접 우편으로 배송했고, 앨범 물량 대부분을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유병열은 “앨범이 팔리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바엔 차라리 내 음악을 진지하게 들어줄 팬들에게 직접 앨범을 판매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같은 시도를 통해 내 음악과 연주를 사랑하는 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뜻 깊은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유병열은 다음 달 29일 오후 5시 서울 서교동 롤링홀에서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벌인다. 그가 기타를 잡은 지 32년 만에 갖는 첫 솔로 단독 콘서트이다.

유병열은 “솔로 앨범은 또 다른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들어주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제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늘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만드는 연주를 들려주는 기타리스트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