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현수막(Welcome!), 담뱃재를 턴 양은냄비 재떨이(연기가 당신 눈에 들어간다), 그리고 같은 온도로 계속 끓고 있는 또 다른 두 개의 냄비(끓는 점)….

일상의 부스러기 같은 작품들이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무심한 듯 듬성듬성 놓였다. ‘절대, 지루할 틈 없는’이라는 전시 타이틀 아래.

미술가이자 소설가인 싱가포르 작가 히만청(Heman Chongㆍ38)은 유기적인 공간 구성을 통해 전시 그 자체가 주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히만 청 전시 설치전경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
히만 청 전시 설치전경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

작가는 ‘중년의 위기를 맞은 비영리 미술공간’을 가상의 캐릭터로 의인화해 작가 자신을 투영시켰다. 그리고 그 심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느 공간이 매일 아침 일어나 양심의 가책, 무력감, 절망, 비관, 그리고 자신이 쓸모없다는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스스로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점점 더 깊은 후회를 하게 된다”

작가는 수없이 만들어지고 뜯겨나가는 전시 공간의 공허감에 빗대어 예술가로서, 예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여전히 끓고 있는 두 개의 냄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시작은 늘 유효하다는 메시지다.

전시는 3월 29일까지 아트선재센터.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