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효과 있을까 <하> 부작용 우려들

금연효과 의문…시각적 폭력 문제 “진열대서 바로노출 정서 악영향 “美선 표현·영업자유 침해 판결 “차라리 담배 팔지말라” 불만도

“구강암 걸린 사진이 끔찍하기는 하더라고요. 세금도 많이 내고 담배 사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죠.”

애연가 정모(37) 씨는 담뱃갑에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을 넣는 방안에 대해 반대의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그런 사진을 처음 봐서 몰랐던 걸 새로 알게 됐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서 자주 접해서 담배를 끊지는 않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월 임시국회에서 10일~1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방안을 포함한 국민건강증진법을 안건으로 본격 심의하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경고그림 도입이 가시화됐다고 할만큼 사회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에도, 경고그림에 반대하는 이들은 실제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넘어서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장 유력한 반대논리는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간이 먹고, 마시고, 피우는 행위 등은 매우 사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이나 자유, 행복추구권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법률을 통해 규제권을 행사하려 들 때는 신중하고 절제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담뱃세를 2000원 인상한 것이 ‘서민 증세 논란’을 낳아, 정부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떠밀리듯 서둘러 경고그림 법안을 처리하려 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 점과 연결해보면 설득력을 얻는 지적이다.

특히 담배 경고그림이 시각적 폭력에 가까울 정도로 자극적이어서 혐오감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흡연자들의 행복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정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담배가 소매점의 계산대 뒤편 진열대에 버젓이 노출돼 판매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병원수술 장면이나 자동차 사고 등을 방송에 다룰 때 반드시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는 목적이 혐오 사진을 공공연하게 노출시키는 수단마저 정당화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대한간학회가 B형간염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TV광고의 경우 환자가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은 탓에 항의를 받고 방영을 그만둔 것도 참고할만한 사례다.

배덕현 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과 초빙교수는 한 칼럼에서 “우리나라 연평균 흡연감소율은 1.42%로, OECD 주요국 평균 0.54%보다 3배나 높은데도 굳이 불쾌감과 혐오감을 유발하는 수단을 선택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회구성원 다수가 수긍하게 하려면 이를 구현하는 수단 역시 어느 정도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고그림 의무화가 담배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표현 및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12년 미국 콜롬비아 항소법원은 경고그림이 흡연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구체적 데이터가 없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흡연이미지를 의무적으로 넣게 했으며, 담뱃갑을 정부의 메시지를 알리는 무료광고판으로 활용하는 것이 언론ㆍ출판ㆍ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판결해 확정됐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 2009년 경고그림 도입 법안이 통과됐지만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경고그림이 도입될 경우 이러한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경고그림이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흡연자를 유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고그림이 주는 강한 공포나 혐오감 때문에 사람들은 그 정보에 반감을 가지게 돼 이를 외면하거나 잊어버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최유진 동북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역시 ‘공포, 혐오감, 분노가 담뱃갑 경고그림 태도, 흡연 태도 및 금연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지나친 혐오감을 유발하는 금연광고의 경우 시청자들은 시청 자체를 꺼려하며 더 이상 흡연과 금연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결과를 보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