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각 금융업 협회장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등 한국 금융산업을 이끄는 108인이 지난 3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머리를 맞댔다. 개국 이래 처음으로 금융당국과 업계 수장들이 모두 모여 7시간여 동안 ‘범금융 대토론회’라는 이름의 끝장 토론을 벌인 것.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하락, 정보기술(IT)과 같은 신기술 등으로 위협을 느낀 금융인들은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작정한 듯 당국에 비판과 불만을 쏟아냈다. ▶신기술에 대응 못하면 고사(枯死)할 수도=이날 참석자들은 핀테크 등 신기술 발달이 금융업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형 IT업체들까지 금융업의 영역을 넘보자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공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날 “여기에 망할 분들이 많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망하냐는 것”이라고 위기감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장은 “금융이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소비자금융에서 디지털이 차지하는 비중이 65%까지 증가하면서 2018년에는 금융상품 절반이 온라인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사가 스스로 핀테크 공격수를 둬야 한다”며 “핀테크 자회사가 없다면 만들고 30대 사장을 앉혀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네거티브 규제로 날개를 달아달라=금융업계가 새로운 기술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바로 당국의 촘촘한 금융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규제 시스템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꿔 금융의 업무영역을 넓혀줘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김근수 여전협회장은 “(신용카드사에) 부수업무에 대한 손발을 풀어주고 놀이터를 확장해 달라”며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면 금융업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국가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농협지주 회장은 규제와 관련 ‘절절포(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라)’ 정신을 강조하며 “민간에 와서 보니 금융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너무 많이 한다”며 “구두지시나 행정지도도 너무 많고, 감독의 일관성이나 제재의 형평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미국은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 몇가지 포인트만 검사하고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문책을 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시정조치를 했는데도 사후약방문식으로 다시 한번 문제 삼고, 특히 문제를 일으킨 직원에게 자술서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글로벌 금융그룹 직원들은 한국 현지사무소 근무를 기피한다는 분위기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ㆍ당국 모두의 혁신이 필요하다=‘혁신’에 대한 자기반성도 이어졌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기존의 시스템에 안주하다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권도 변화의 중심에 서는 과감한 결단과 함께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최근 ‘우리가 과연 금융을 잘 알고 있나, 그렇다면 핀테크나 기술금융 등에 대한 대처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고민을 한다”며 “우리 금융인도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성 액센츄어 대표는 “외국은 보험사가 자동차 회사와 협업해 운전습관을 보고 보험료율을 산정한다”며 “금융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유통이나 자동차업체 등과 협업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제은 퓨처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산탄데르 은행은 스스로 1억 달러 펀드를 조성해 핀테크 투자를 한다”며 “금융권도 변화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당국 역시 검사 관행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IT산업은 발전했는데 금융검사는 페이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전자문서 검사 문제가 검토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대근 한양대 교수도 “완전히 새로운 상품이 들어왔을 때 (당국은) 인가를 해주지 않기보다 전문가를 모아 빨리 논의하는 기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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