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문숙 기자 생활물가현장 르포
상인들 손님없어 삼삼오오 푸념만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알뜰소비자들 “난생처음 겪는 불경기” 한목소리
5일장이 서는 3일 오전 대전 신탄시장은 겨울날씨답지 않게 포근했지만 좌판을 펼쳐놓은 상인들과 물건을 사러 나온 소비자들의 표정은 한겨울 찬바람만큼이나 싸늘했다.
목청껏 “골라, 골라”를 외쳐대는 5일장의 익숙한 광경이 좀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장사가 되지 않는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장작불을 쬐며 “난생 처음 겪는 지독한 불경기”라며 한결 같이 푸념만 늘어놓았다.
“유성, 신탄 등 대전지역 5일장을 돌면서 장돌뱅이한 지 30여년이 넘었는디, 요즘처럼 간당간당하게 사는 것이 처음이유.”
날렵하게 고등어 손질을 하던 김형중(56)씨의 한 숨에 겨울 냉기가 더 차갑게 휘감긴다. 요모조모 살피다 터무니없이 깎아달라거나 말없이 툭 던지고는 혀를 차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가거나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대부분이예유. 이렇다가 올해 대학 들어간 아들 등록금은 마련할 수 있을지 걱정이유.”
김 씨가 손질된 고등어 한손을 건네자 머리가 희끗한 주부는 “뭐라도 더 달라”며 억지를 부렸다. 결국, 김 씨는 마지못해 덤으로 홍합을 주섬주섬 담았다. 신탄시장에서 35년간 과일가게를 해온 터줏대감인 이순이(63)씨의 심정은 김 씨와 다를 게 없다.
“경기가 안 좋긴 하나봐, 요즘은 과일 한 박스씩 사는 사람이 눈닦고 봐도 없어. 심지어는 배 하나, 사과 하나 달랑 사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 그러보니 때로는 하루 매출이 겨우 만원을 조금 넘을 때도 종종 있어.”
이 씨 가게 모퉁이에서 야채좌판을 펼친 최복자(54)씨는 1단에 2000원하는 미나리를 놓고 딸 같은 새댁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최씨가 “서비스”라며 미나리 한 모둠을 더 얹자 그제야 지갑을 연다.
상인들은 비싼 물가로 저렴한 중국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걱정을 늘어놓는다.
조금이라도 값이 싸다는 생각에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아쉬운 마음은 같았다.
7살 아들을 둔 주부 이지수(38)씨는 “언론에서 저물가라고 하는데 도대체 와 닿지 않는다. 시아버지 생신상을 차려주기 위해 몇 가지밖에 안 담았는데 20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실제로 먹을 것 값이 많이 올라 저물가라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1.3% 올라 2013년(1.3%)에 이어 2년 연속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여 ‘저물가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돼지고기, 달걀, 우유, 과자류 등 실생활 밀접 품목들은 전년 대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의 물가 관리 대책이 수치만을 유지하는 전시행정이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젊은 층의 취업난과 명퇴자 속출,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잇단 폐업 등으로 실물 경제를 이끌어가는 소비자들의 구매 규모가 실제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해 말 유통업체 매출 동향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3.8%), 백화점(-0.9%), 기업형슈퍼마켓(-1.8%) 매출이 전년 대비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이재열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올 1월 매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감소했다”며 “이는 지난해 동월에는 설 명절을 포함하다보니 매출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저렴한 PL상품들의 매출이나 할인예약이 있는 설명절 사전예약 매출 등은 증가세”라며 “팍팍한 경제사정에서 나름 알뜰하게 소비족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대전주부교실 관계자는 “서민들의 장바구니 체감물가는 대책 발표 전이나 큰 차이가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라고 하지만 주부들이 가족들의 끼니를 위해 찾는 신선채소나 신선식품 등의 상승세가 무섭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oskymoon@heraldcor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