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사회 초년생 딱지를 갓 뗀 2007년, 태안은 검은 죽음의 바다로 변했습니다. 어민들의 애환이 묻은 어망들 사이로, 바닷속 깊은 곳에서 움텄던 생명도 검은 기름의 마수 앞에서 모두 숨을 죽였습니다. 냄새만 맡아도 뒷걸음질 정도의 메스꺼움을 무릅쓰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생명의 띠’를 연결해 죽어가는 바다를 살렸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태안은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다시 새로운 희망의 바다로 태어났습니다.
기자는 가끔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한 때는 검은 원유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현재는 낚시꾼의 천국으로 제모습을 찾았죠. 바로 태안 만대항입니다. 태안항과는 거리가 멀고 가는 시간도 꽤 걸려 관광객의 발길이 크게 닿지 않는 곳입니다.
옛날 분들은 만대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곳’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 만 리를 걸어가야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자동차를 몰고 찾아가면 거리는 멀지 않지만 시간이 꽤 걸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이 근사하지는 않아도 한적한 외길로 분위기는 제법 훌륭합니다. 찾아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634번 국도를 따라 광광농원백화원 쪽으로 핸들을 돌린 뒤 쭉 따라가다보면 길의 끝, 그곳에 작은 항구가 있습니다.
살을 에는 바닷바람에도 손맛을 즐기는 골수 낚시꾼이 아니라면 시골항구의 포근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기자는 주로 새벽 시간대를 즐깁니다. 해가 뜨기 전 출발해 해가 뜨는 시간에 닿으면 아무도 없는 작은 항구를 통째로 소유할 수 있습니다. 새벽이 아니라면 어민들의 분주한 출항준비나 낚시꾼들의 환호성을 함께 즐길 수도 있겠죠.
처음 찾아가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항(港)’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어선들이 적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조용한 어촌입니다. 최근엔 관광버스도 더러 보입니다. 한두군데에 머물렀던 횟집도 최근 들어 그 수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방해받는 것 같이 느껴져 아쉽지만, 새벽을 뚫고 구름을 비켜 고개를 내민 햇살을 보면 나왔던 입도 들어갑니다.
편한 신발을 착용했다면 트레킹은 어떨까요. 만대항 인근엔 태안 해변길인 솔향기길의 제1코스의 출발점이자 종착지입니다. 아마도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방문한 관광객들은 작은 항구보다는 숲길에 관심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솔향기길을 걷기 시작했다면 꼭 산정상까지 가는 길을 추천합니다. 특히 오후에 올라간다면 더없이 멋진 석양을 가슴 한켠에 간직할 수 있습니다. 태안의 상징인 ‘바다’와 ‘소나무’를 테마로한 문화자원 체험학습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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