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다매체ㆍ다채널 시대가 도래하며 나타난 지상파 방송사의 몰락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에선 현재에도 끊임없이 그들의 권력이 추락하고 있죠. 케이블 네트워크가 먼저 힘을 발휘했고, 넷플릭스 등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경쟁자로 가세했어요. 대중이 콘텐츠를 선택하는 시대의 당연한 흐름입니다.”
전 세계적인 ‘좀비 열풍’을 몰고온 미국드라마 ‘워킹데드’의 작가, PD 등이 소속된 ‘서클 오브 컨퓨전’의 창작 총괄자 하이라 알바라도(30)는 최근 본지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시즌5까지 방송된 ‘워킹데드’는 전 세계 125개국에 방송, 시즌5 첫 회의 시청자만 무려 1730만명에 달한 대작 미드로, 지상파 권력 해체의 선봉에 선 작품이기도 하다. ‘워킹데드’를 TV 시리즈 제작이 결정됐을 당시 미국 내에선 “지상파뿐 아니라 HBO, AMC 등 여러 케이블TV에서 러브콜이 많았다”고 한다. 하이라 알바라도는 두 가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와 ‘적절한 제작시기’다.
때문에 “기존 드라마 작법을 고수”하려는 보수적인 태도와 “유혈이 낭자하는 잔혹함이 큰 묘미인 드라마의 파격적인 영상을 걸러낼 수밖에 없는 제약”은 지상파를 피한 이유가 됐고, “자본력과 탄탄한 시청층을 갖춘 상업 케이블에선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이 없어 제작 자체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판단은 거대 상업 케이블 HBO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됐다.
반면 AMC의 경우 ‘올드무비’에 편중하며 확보한 중년층 시청자를 넘어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변화를 모색 중이었다. “한 편의 드라마가 잘 만들어지기 위해선 철저하게 타깃을 고려해야 한다”는 알바라도는 ‘워킹데드’의 타깃층이 AMC가 유입을 원하는 시청층과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워킹데드’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표준을 뛰어넘는 과감한 도전(독창성)”에서 “인류 공통의 감정을 끌어냈기 때문(보편성)”이라고 알바라도는 분석했다. 다채로운 좀비들의 향연, 유혈이 낭자한 잔혹함, “누구나 좀비가 될 수 있다”는 독특한 시각은 젊은 시청자가 열광하는 자극적인 재미였고, 좀비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성과 도덕성을 되묻는 스토리는 드라마에 철학을 더하며 플랫폼과 국경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랑받았다. 알바라도씨는 여기에서 전 세계 공통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끌어냈다.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은 주제”로 “인간의 기본적인 공통된 감정”을 다루되 “그 안에서 독특한 시각을 살리라”는 것이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이미 TV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어요. 시청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TV를 떠나죠. 플랫폼의 권력에 기댄 안일함은 진보할 수 없어요. 보수적인 제작방식 등 플랫폼이 주는 제약을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시청자가 결정합니다. 당연히 질 좋은 콘텐츠가 우선이죠.”
/shee@heraldcorp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