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국본토A주 日평균 거래대금 5605억위안
코로나19유행 초기 이후 최저치
올 3월 호황 기준인 '1조 위안' 목전갔다가 후퇴
매매회전율 올 들어 가장 낮아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지난달 중국 증시 거래대금이 4년 8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중국 주식 거래가 부진해진 데에는 내수, 부동산 경기 등 중국의 실물 지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영향이 크다. 아울러 해외 투자자들이 근본적으로 중국 증시에 대해 갖고 있는 불안감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중국 증시가 당분간 강세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리스크를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3일 헤럴드경제가 하나증권에 의뢰해 집계한 중국 본토 A주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605억위안(105조4917억원)이다. 지난 3월(9466억위안) 호황 기준인 ‘1조 위안’ 목전까지 갔지만 이내 고꾸라지며 매월 하락세를 보였다. 급기야 지난달 거래대금은 코로나19가 발생된 2019년12월(5042억위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상해거래소와 선전거래소 A주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2234억8368만위안, 3370억1636만위안으로 집계됐다. 마찬가지 4년8개월 전 수치(각 1923억1645만위안·3118억9914만위안) 이후 가장 저조했다.
매매회전율은 올 들어 최저치다. 상해종합지수의 지난달 일 평균 매매회전율은 0.58%를 기록해 올해 가장 낮았다. 직전 저점은 지난해 9월(0.57%)이다. 지난달 선전성분지수와 CSI300지수 매매회전율은 각각 0.93%, 0.34%를 기록했다. 마찬가지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회전율이란 투자자가 얼마나 매매를 자주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손바뀜이 잦았다는 의미다.
8월 중국 증시가 활력을 잃은 데에는 소비·투자·수출 등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린 영향이 크다.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로 시장전망치(49.5)와 전월치(49.4)보다 낮았다. 4개월 연속 위축됐고 지난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 경기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부동산이 장기 침체 늪에 빠지면서 내수와 소비도 둔화됐다. 7월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말 집계 방식을 바꾼 이후 최고치다. JP모건은 부동산 리스크와 청년 실업률 상승 등이 중국 증시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지수 자체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부진한 모습이다. 상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올 들어 각각 5.11%, 13.08% 감소했다. 일본 니케이지수(16.26%)와 코스피(0.42%)가 상승한 흐름과 대비된다. 중국에 투자한 국내투자자들의 수익률도 저조하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중국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연초 수익률은 –1.62%다. 중국을 비롯한 홍콩, 싱가폴, 대만 등 중화권 펀드 수익률은 –10%다. 에프엔가이드가 분류하는 20개 국가 중 중남미(-15.12%), 브라질(-8.86%) 다음으로 낮다.
이에 이른바 중학개미(중국증시 국내투자자)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투자자들은 중국·홍콩 주식을 3137만 달러어치 순매도했다. 9개월 연속 순매도세다. 지난달 중화권 주식 거래대금(1억7875만달러)은 2014년 이후 월간 최저 수준(1억5600만달러·2023년10월)으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증시 반등은 결국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중국의 중장기 경제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중국공산당 3중 전회에서는 첨단 기술 개발과 산업 생산력 강화를 내걸었다. 전기차, 태양광, 이차전지 등 새로운 첨단 수출 품목을 통해서다. 다만 시장이 예상한 수준에 그치며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전문가들은 올해 구조적인 문제와 디플레이션 압력 및 투자심리와 실적 부진으로 강세장은 어렵다는분석을 내놓는다. 다만 그간 관심이 쏠렸던 수출·배당주 외 내수 품목으로 순환매 전망도 나온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장기금리 하단 형성 가능성과 미국 금리 인하 및 대선 변수 에 따라 3년간 아웃퍼폼했던 중국 수출주, 원자재, 배당주에서 내수형 업종으로 수급 분산과 로테이션 가능성은 점차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 침체에 따라 방어주 보유 하에서 저가경쟁 생존 1등 소비주, 플랫폼, 제약 등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한 우려는 악재다. 현재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19.3% 수준이다. 고율 관세 부과 이후 미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만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미중 무역 갈등 이후 오히려 강화됐다”며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생산 우위를 더욱 강화한 결과 현재 중국의 글로벌 수출 점유율은 14.3%까지 확대됐다”며 긍정적 대목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