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가능성에 매물 감소, 호가 상승 심화
중개사무소 “갭투자 수요 몰리지만 매물 없어”
전문가 “반포, 규제와 상관없이 상승 주도”
[헤럴드경제=신혜원·정주원 기자]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시행되면 매물이 더 귀해질 거라는 생각에 집주인들이 거둬들이는 상황이에요. 래미안 원베일리는 작은 평수가 특히 그렇죠. 전용 59㎡, 전용 84㎡는 매물이 거의 없습니다. 전부터 없긴 했지만 이제는 세 있는 매물조차 안 팔려 하고 수요자들도 너무 오른 상황에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반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19일 오후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2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수십억 단위 매물 안내문이 큼직한 글씨로 붙어있었다. 최근 반포동 집값이 크게 오르자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가능성을 내비칠 정도로 강력한 집값 상승 흐름이 곳곳에 여실히 담겨있었다.
반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5월부터 7월초까지 매물이 엄청 많았고 매수도 활발했다. 이제는 빠지고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더 오른 상황”이라며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기준으로 45억에서 50억 사이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현재는 해당 가격대에서 금액 측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포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올해 초 40억대 매물이 최근 50억대 신고가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며 “가격이 최고점일때 토허제 소문이 돌면서 설상가상으로 더 오른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9일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브리핑에서 집값 급등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을 추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발표 이후 최근 신고가 발생 지역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관찰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포함해 또 다른 플랜B가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도 “반포동과 서초동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구체적 지역명을 언급해 추후 토허제 시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장 중개사무소들은 이전부터 반포 일대 매물이 희소했는데 토허제 시행 가능성이 거론되며 매물 감소, 호가 상승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2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토허제 시행 우려에 갭투자 수요는 늘었지만 매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반포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원베일리는 입주 1년차인데다 얼마 전 등기도 나와 갭투자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과 실수요자 모두 매물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라 했다.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토허제가 시행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갭투자자들이 더 몰리고 있다”고 했다.
매물 감소 분위기가 지속되며 래미안 원베일리 ‘국민평형(국평)’이 60억에 거래되는 등 호가 상승세는 더욱 가파른 모양새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달 초 래미안 원베일리 한강 조망권 전용 84㎡ 한 곳이 60억에 팔렸고 55억짜리도 두 개 나와있는 상황”이라며 “한강 바로 앞쪽이 아니어도 50억 넘게 부르고 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정확히 10억 정도 오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현장 중개사무소 대다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지정돼도 집값 오름세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반포는 토허제로 가격 변동이 크게 일어나는 곳이 아니다”며 “반포에서 유일하게 토허제로 묶인 신반포2차아파트는 시행 2년차인데도 안묶인 곳과 가격 차이가 없다”고 했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또한 “실제 토허제 시행 발표가 나더라도 가격이 내려갈 것 같지 않고 오름폭이 더 커질 분위기”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미 반포 지역은 매입 수요가 집중되고 규제와 상관없이 가격 상승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똘똘한 한 채를 사려는 수요는 항상 있고 가격과 상관없이 비싸도 사는 현금부자들이 대부분”이라며 “토지거래허가제로 삼성·대치·잠실·청담·압구정·목동 아파트 가격이 잡히지 않았다. 집값 안정은커녕 전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세입자 보호가 어려워진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경계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소문으로 인한 조바심이 매수 심리와 상승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며 “정책의 양면성과 실행 명분을 신중히 검토해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