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색다른 권주가 노래와 춤 눈길
최고 명품 홉 생산지, 유네스코 유일 등재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여름엔 더워서, 가을엔 가을이라 맥주를 마신다. 체코 만큼 맥주에 진심인 나라가 없다.
필스너 우르켈, 흑맥주 코젤, 버즈와이저 등 세계의 대표적인 맥주들이 모두 체코가 원산지이다. 세계 최고 품질의 홉이 생산되는 체코 자테츠의 홉 생산 맥주원료 가공 문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이곳의 사츠(Saaz)홉은 명실상부 글로벌 명품이다.
그래서 체코는 마누팍투라 샴프 즉 맥주 성분으로 머리를 감고, 비어스파 맥주 사우나도 한다. 각질제거, 보습, 미백, 살균 등 뷰티,헬스 효능이 좋기 때문이다. 맥주 트레일 즉 비어를 테마로 한 여행코스도 마련돼 있다.
▶권주가, 체코는 폴카 가무, 한국은 게임과 합창= 가장 흥미로운 것은 ‘통 돌이(Roll Out the Barrel)’ 맥주놀이이다.
체코어로 ‘배럴 폴카’, ‘로사문데’로 알려진 ‘비어 배럴 폴카(Beer Barrel Polka)’ 노래와 춤은 이제 유럽과 미주 서양이 모두 즐기는 미니축제가 되었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술통 앞 여흥’ 쯤 되겠다.
체코 음악가 자로미르 베이보다가 1927년 작곡한 이 폴카는 ‘음주 노래’와 재미있는 율동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동양에서도 일찍이 신라의 주령구 놀이, 고려의 남녀상열 음주가무를 노래한 ‘쌍화점’,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 등이 있었고, 현대에서도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1970년대), “술 먹자 어디서든지 신나게 멋있게 술먹자, 나는 술의 왕”(1980년대),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할거야, 마셔라 마셔라.”(2010년대) 등 많은 음주가무 놀이가 있었다.
▶비어배럴 폴카= 체코의 베럴폴카는 처음엔 ‘모드르잔스카 폴카’로 가사없이 연주되다, 1934년 ‘슈코다 라스키(낭비된 사랑)’이란 가사가 붙는다. 이어 1939년 미국 앤드루 시스터스가 ‘비어 배럴 폴카(Beer Barrel Polka)’의 영어 버전을 녹음했다. 2차 세계 대전 와중과 그 이후 서양문화권, 특히 군 부대 주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앤드루 시스터스의 앨범 재킷의 모습은 군복 차림이다.
이 노래는 히트곡 퍼레이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나치의 침공, 세계 대전 속에 우울했던 체코 등 유럽과 미국인들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주는 곡이었고, 맥주의 맛, 여흥, 취기가 어우러지면서 유럽전역에서 대히트를 친다.
1945년 세계대전 승리를 축하하는 영국 버킹검궁에서도 이 노래가 울려퍼졌다. 유럽과 미주에선 그때도, 지금도, 맥주 파티가 있을 때 마다 폴카를 추고 맥주를 마시며 이 노래를 불렀다. 미국 콜로라도주 어드벤처클럽(Adventures In Dance Club) 등에선 맥주폴카 춤 추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맥주 스파= 맥주 욕조에 들어가면 작은 파도가 치면서 입욕객의 몸을 기분좋게 한다. 욕조내에 앉아 팔을 뻗으면 마실 맥주가 항상 대기해 있다.
맥주액이 몸에 묻은 상태에서 침대에 누우면 맥주 성분이 몸에 착착 잘 밴다. 체코 프라하 베르나르드 맥주 스파(Bernard Beer Spa)의 풍경이다.
이 스파의 오크 월풀 욕조 안으로 들어가면 매우 흥미로운 경험을 한다. 맥주거품목욕이다. 맥주 스파가 뿜어내는 비타민과 몸에 유익한 추출물을 밀짚 침대가 몸에 흡수되도록 도와준다. 스파를 마친뒤엔 몸이 개운하다. 맥주 스파가 진행되는 동안 무제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코젤맥주의 코젤은 체코어로 숫염소라는 뜻이다. 맛이 강하고 진한 맥주를 ‘빌리 고트(Billy Goat: 굿염소)’라고 부르던 체코의 맥주 장인들사이의 입버릇에서 비롯됐다. 암염소는 코자(Koza)이다.
프라항공항에서부터 염소 얼굴이 그려진 코젤을 쉰게 만난다. 검은색을 띠며 커피향과 카라멜 향을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는 훈연향과 커피와 함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보통 네덜라드, 벨기에 흑맥주는 쓴 맛이 강한데, 체코 코젤은 목넘김이 부드럽다.
▶체코산 명품 사츠(Saaz)홉은 전 세계 라거와 필스너 우스켈의 핵심 원료가 되고 있다. 황금빛 라거의 대명사 필스너 우르켈은 1842년 체코 플젠에서 탄생했다.
플젠은 체코에서도 최상급의 맥주를 양조하고 있는 지역으로 ‘맥주의 수도’라고도 불리고 있다.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에서는 그 역사와 양조 과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투어를 만날 수 있고 체코의 최고급 사츠홉을 이용한 필스너 우르켈은 아직도 플젠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자테츠에서 이곳 홉을 이용해 만든 200여 ‘솥 다른’ 수제맥주가 자기 맛을 뽐내는 축제가 열린다. 꼭 축제가 아니라도 가게 마다 다른 맛의 맥주를 즐길 곳은 자테츠, 플젠, 프라하 등지에 매우 많다.
미국 버드와이저의 오리지널격인 부드바이저 부드바(Budweiser Budvar), 프라하에 양조장이 있는 스타로프라멘(Staropramen), 매년 '월드 비어 어워즈'를 휩쓰는 중소 규모 양조장의 최강자 베르나르드(Bernard)도 모두 체코출신이다.
프라하 북서쪽 약 80㎞ 떨어진, 홉과 맥주의 도시 자테츠(Žatec)엔 14세기 이후 홉을 생산, 저장, 가공, 제주하는 농장-수공업 기지가 많다.
인근 밭에서는 수천가닥의 홉 줄기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나는 장면이 여름철 내내 멋진 위용을 자랑했다. ‘홉과 맥주의 사원’에는 42m 높이에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홉 등대’가 있다. 자테츠는 세계 최고 품질의 맥주 원료 홉을 생산하는 도시이다.
‘사츠(Saaz) 홉’을 재배,수확,가공하는 자테츠(Žatec)의 풍경와 문화유산이 홉 생산지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한국의 가야고분군과 함께 리야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정이 났다.
체코인들이 맥주를 전지전능한 존재로 여기는 이유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