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電 2Q 반도체 영업익 6.45조…컨센서스 상회
MS AI 클라우드 실적 컨센 하회 ‘찬물’
엔비디아·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하락 ‘AI 거품론’ 부각
“美 빅테크 AI 투자 증가는 반도체 수요 급증 연결”
범용 D램 마진률 상승에 HBM3E 8~9월 엔비디아 공급 전망 ‘호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본격화 한 ‘반도체의 봄’ 덕분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맞이한 삼성전자의 앞에 넘어서야 할 또 하나의 험난하고 높은 산이 등장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의 주역 중 하나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마저도 AI 부문의 성장세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미 월가(街)를 감싸고 있는 ‘AI 거품론’에 불씨를 더 당기면서다. 예고된 역대급 호실적으로 앞두고도 ‘8만전자(삼성전자 주당 8만원 대)’ 붕괴를 걱정했던 삼성전자 주가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 빅테크(대형 기술주)의 중장기적 AI 투자 의지가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반도체의 힘’ 三電 어닝 서프…미국發 AI 거품론, 주가 발목 잡나
31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43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62.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이번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10조2866억원을 1.5% 상회했다.
매출은 74조68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3.44% 증가했다.
부문별 실적 중에도 금융투자시장의 관심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쏠렸다. 해당 부문은 매출 28조56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헤럴드경제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지난 5일 2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수정 제시한 국내 증권사 17개사의 2분기 DS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평균치)를 도출한 결과는 6조2454억원이다. 실제 실적이 전망치보다 3.28% 웃돈 것이다.
다만, ‘어닝 서프라이즈’ 잔칫날 미국에서 불어온 폭풍우는 삼성전자 주가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주요 반도체주의 주가를 끌어 내렸던 ‘AI 거품론’이 불식되긴 커녕 MS 2024회계연도 4분기(2024년 2분기) 실적을 통해 오히려 부각되면서다.
30일(현지시간) 발표한 MS 2분기 매출액과 주당순이익(EPS)은 각각 647억달러(89조5771억원), 2.95달러(4084원)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매출 643억9000만달러, 주당순이익 2.93달러를 모두 소폭 상회했다.
문제는 MS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AI 관련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이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285억2000만달러였지만, 시장조사업체 스트리트 어카운트가 조사한 분석가들의 컨센서스인 286억8000만달러보다 낮았다. 특히, 이 중에서도 애저(Azure)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분기 매출은 29% 성장하며 31% 성장할 것이라던 분석가들의 예상치를 하회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AI 부문에 대한 예상을 뛰어 넘는 지출과 불확실한 수익 실현 전망이 ‘AI 거품론’에 불을 지폈고, 이날 MS의 실적이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30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전장 대비 0.8% 하락한 422.92달러에 장을 마쳤던 MS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같은 날 7.04% 하락한 103.73달러에 마감하며 약 두 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3.88% 하락한 4890.15로 장이 끝나며 지난 5월 17일 이후 처음 5000 선이 붕괴됐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적으론 7만원 대로 다시 내려 앉을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미 대표 AI주의 약세가 뚜렷했던 최근 2주간(16~30일) 삼성전자 주가는 6.57%(8만6700→8만1000원) 하락. 전날 장중엔 8만원까지 내려 앉으며 한때 ‘8만전자’ 붕괴 우려까지 나왔다. 장중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 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26일(7만9900원)이 마지막이었다.
‘확실한 미래’ AI 성장, 三電 실적 이어 주가 우상향 곡선 이끌까
일각에선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가 과도하다며 ‘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2분기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지속될 메모리 사이클을 기반으로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으면서다.
당장 미 빅테크의 AI 관련 실적이 한껏 높아졌던 시장의 눈높이에 따라 붙지 못했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는 확실한 미래인 만큼 길게 봤을 때 삼성전자엔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당장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어닝콜 이후 MS의 장외 거래가 낙폭은 7%에서 3% 대로 대폭 축소됐다.
MS 측은 어닝콜을 통해 언급한 2025회계연도(2024년 3분기~2025년 2분기)에 대한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통해 “2025회계연도 1분기(2024년 3분기) 284억~28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클라우드 부문 매출 성장세가 MS 전체 매출 성장세를 견인한 것”이라며 “애저의 성장세가 28~29%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MS는 AI 관련 과다 지출과 불투명한 수익화 우려를 불식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MS 관계자는 “2025회계연도 자본지출은 분명 2024회계연도에 비해 커지겠지만, AI 고객의 확인된 수요에 맞춰서 진행하는 것이며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MS 수익 증대에 기여할 잠재력을 AI 부문이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장 AI 관련 자본 지출 확대가 미 빅테크주는 물론 국내 주요 반도체주의 약세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도 “AI 관련 반도체 수요 확대가 확정적이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론 국내 반도체주 주가엔 상당한 호재”라고 평가했다.
이번 2분기 실적에 이어 연간 실적 전망까지도 ‘장밋빛’이란 점도 삼성전자 주가엔 확실한 호재란 게 국내 증권가의 중론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43조93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568.98%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전해진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HBM3’의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검사) 통과 소식과 HBM3E(5세대) 퀄테스트 통과 임박 전망 역시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릴 긍정적 재료로 꼽힌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8∼9월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삼성전자는 HBM3E 본격 양산의 직전 단계인 PRA(양산준비승인) 내부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추정돼 4분기부터 HBM3E 8단 및 12단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체 D램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D램 마진률이 상승하는 가운데 HBM3E 본격 양산으로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김 센터장은 짚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21% 증가한 27조4000억원으로 2021년 하반기(29조7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0만9760원이다. 최고치는 SK·키움·한국투자·KB·NH투자증권이 제시한 12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