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얼만 전까지도 ‘9만전자(삼성전자 주가 10만원대)’ 노린다더니 8만전자 불안한 것 실화냐.”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끌던 미국 주요 반도체주 주가가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한 여파가 국내 주요 반도체주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국내 시총 1,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16% 하락한 18만9700원을 기록 중이다. 전날 19만원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19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19만원대)’를 지켜냈지만, 장중엔 19만원 선을 넘나들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종가보다 0.42% 오른 19만800원에 장을 시작한 SK하이닉스 주가는 한때 19만1300원까지 올랐지만, 상승분은 반납하면서 한때 18만6100원까지 내려 앉기도 했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12% 오른 8만5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큰 폭으로 하락한 탓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는 한때 전날 종가(8만400원) 대비 1.12% 오른 8만13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의 7월 4주차(22~26일) 주가 등락률을 살펴보면 급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20만9500원에서 18만9700원까지 9.45%나 하락했고, 삼성전자 주가도 8만4400원에서 8만500원까지 4.62%나 내려 앉았다.
이 같은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들의 약세는 미국 증시 주요 반도체 종목들의 급락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최근 5거래일 동안 7.93%나 하락했다.
글로벌 AI 랠리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5거래일간 6.67% 떨어졌고, AMD(-10.54%), 마이크론(-7.78%), 브로드컴(-7.76%) 등의 주가도 확실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일각에선 최근 벌어진 주요 미 반도체주 주가 하락세가 올 들어 과열 양상을 보였던 AI 랠리의 거품이 꺼지기 전 전조 증상이 아니냔 목소리도 나온다. 버블(거품) 붕괴란 극단적 표현까진 아니라도 ‘추세적 주가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단 평가도 있다.
반면 조정을 순환매의 자연스런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나온다. 50파크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사르한은 “월가에서 경비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며 “상승세를 이끌던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이제 하락세를 이끄는데 이는 대규모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미니 로테이션’으로 드문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피벗(pivot,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윌리엄 더들리 전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7월 피벗론’을 들고 나오는 등 조기 피벗에 시장이 힘을 싣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주엔 유리한 상황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해 2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올렸다는 점도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흐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24.8% 증가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도 33% 상승한 5조468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4조1200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은 분기 역대 최대 기록이다.
오는 31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 DS부문 역시 어닝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 앞서 5일 나온 잠정 실적에서 그룹사 전체 영업익 10.4조원 규모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52.24%, 전분기 대비 57.34% 대폭 증가했는데, 업계는 이를 반도체 사업 호실적 영향으로 보고 6조원대 영업익을 전망하고 있다.
AI 투자에 관심있는 전세계 큰손이 기존 투자처인 대만 주식을 팔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호재다. 그동안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TSMC 대신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주목하는 것이다.
2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와 M&G 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자산운용 등 주요 펀드들은 대만 기업 주가가 기록적으로 올라 더 이상 담기가 어렵게 됐다면서 대만 주식 비중은 축소하고 한국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 되어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로 진출하면서 TSMC의 대안이 된다는 설명이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제임스 쿡 투자책임자는 “아직 상승기를 타지 못한 비 AI 분야 사업에 대해서만 가격이 반영돼 있어 삼성전자 주가는 TSMC에 비해 기록적으로 싸다”고 말했다.
미 CNBC 방송은 투자자들이 AI 기업 주가가 더 오를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현시점에서 한국 기업의 싼 주가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TSMC 주가는 연초 대비 65% 올라 멀티플(순익 대비 주가)이 20배인 반면 삼성전자는 11.4배, SK하이닉스는 6.8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