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단 건축물 정비 선도사업지 누적 40곳

21곳, 선도사업 선정돼도 안전관리·논의 그쳐

이해관계자 이견·예산 투입 등 현실적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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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제1차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 선도사업으로 선정돼 공동주택으로 탈바꿈한 과천 우정병원. 정비 전 모습(왼쪽)과 아파트 준공 후 모습. [헤럴드DB·네이버지도 거리뷰 갈무리]

[헤럴드경제=신혜원·고은결 기자] 지역 곳곳에서 폐건축물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도 선도사업에 선정된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40곳 중 정비가 완료된 비율은 20%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우려, 파급효과 등에 따라 선도사업지가 돼도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어 사업 진척이 더딘 모양새다.

공사 재개를 통해 근린생활시설, 공동주택 등으로 준공된 현장들도 있지만 사업지 대다수가 관계기관 협의, 예산 투입 측면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인구 감소, 공사비 분쟁 등으로 이런 방치 건축물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통합 관리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5일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지원기구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 선도사업에 선정된 곳은 누적 40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정비사업이 완료된 현장은 9곳에 불과하다. 사업이 진행 중인 현장은 10곳으로, 그밖의 21곳은 안전관리 및 정비 방향 논의 단계다.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 선도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5년부터 공모해 추진해온 사업이다. 시행사·시공사의 자금난 또는 부도, 사업주체 간 분쟁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채 수십년간 방치된 건축물의 정비방안을 수립·시행해 도시미관을 개선하고 경기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전사고나 범죄 발생 위험이 높아 정비가 시급하거나 정비사업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건축물들을 선도사업지로 선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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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선도사업지로 선정돼 174가구 규모 아파트가 들어선 과천 우정병원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일대 우정병원 건물은 지난 1997년 시공사의 부도로 공정률 60% 단계에서 공사가 중단돼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수차례 소유주가 바뀌었지만 개발에 착수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가 2015년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 선도사업지로 선정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사업자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했고, 지하 3층~지상 20층, 4개동 규모의 ‘과천수자인’ 아파트가 준공돼 올해 1월 입주했다. 정비 완료 선도사업지 9곳 중에서 민·관합동 방식으로 진행된 건 과천 우정병원이 유일하고, 나머지 현장은 민간 주도로 사업이 이뤄졌다.

이밖에도 1992년 공사가 중단돼 방치됐던 충북 증평군 증평읍 개나리아파트는 선도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철거돼 LH 행복주택 및 주민어울림센터로 조성되고 있고, 20년 넘게 방치된 전북 무주군 관광호텔은 생활SOC시설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원은 최근 1차 선도사업지 선정 이후에도 10년 가까이 방치된 경북 영천시 제원예술대 정비모델 수립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이처럼 실질적 사업 과정이 진행 중인 공사중단 건축물 선도사업 현장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사업지 대다수가 논의 수준에 그치는 이유는 건축주,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어렵고 현실적으로 지자체 예산 투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지자체가 직접 사업을 주도하지 않더라도 행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선도사업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지만 중간에 건축주와 같이 실사업을 하시는 분들의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며 “선도사업 과정 중 보상 액수 등으로 이견이 발생하면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공사중단 건축물 대응 방향을 정비사업 컨설팅 및 안전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치된 곳들에 다른 정비사례 등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이해관계자, 지자체가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공사중단 건축물 실무 담당자는 “공익과 사유재산 침해가 상충하는 문제를 단순히 예산 투입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며 “이런 건축물들은 계속 늘 수밖에 없어, 단편적인 해결책보다는 장기적인 통합 관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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