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20년, 약정액 136조 돌파

투자 이행률 72%, 2017년 이후 최저치

‘보수적 투자·회수 집중’ 기조 해소 관건

PEF 약정액도 드라이파우더도 역대 '최고'…'38조' 투자처 찾을까 [투자360]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지난해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약정액과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약정액)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PE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만 38조원이 대기 중인 가운데 신규 투자처 발굴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기관전용 PEF 동향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PEF 수는 1126개, 총 약정액은 13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2004년 PEF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펀드 수는 전년과 비교해 28개 증가했으며 약정액은 약 11조원 불어났다.

다만 같은 기간 PE의 투자 집행금액은 12%가량 감소한 32조5000억원에 그쳤다. 고금리 등 시장 불확실성 요인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투자를 집행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부분 PE가 지갑을 닫는 사이 기존 투자금 회수 작업에는 적극 나섰다. 작년 말 PE가 회수한 투자금은 18조8000억원으로 2022년에 이어 또 다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투자금을 거뒀지만 풀 엑시트가 주춤했던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단계별로 보면 배당과 소수지분 정리 등 중간회수가 8조원으로 전년 5조원과 비교해 48% 정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M&A를 통한 최종 회수는 11조원에서 8조원으로 약 29% 감소했다. 투자 기간이 길어진 포트폴리오에 한해 인수금융 상환 등의 이유로 부분 정리를 감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LS머트리얼즈, 두산로보틱스, DS단석 등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PE 보유 지분의 구주매출이 활발했던 점도 중간 회수 확대에 기여했다.

잠재 매물은 쌓여 있지만 투자 심리가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서 PE의 드라이파우더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기관전용 PEF의 드라이파우더는 3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28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9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새로 모집된 자금이 18조7000억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상은 묵혀두고 있는 상황이다.

운용자산 규모가 큰 PE가 펀드의 대형화를 주도하면서 양적 팽창을 이끌었지만 ‘투자금 실행력’은 상대적으로 빈약해졌다. 드라이파우더가 증가하는 사이 약정액 투자 이행률은 6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지난해 PE의 투자 이행률은 72.5%로 2017년 성과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그 사이 PEF 약정액이 2배 이상 증가한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대기 자금 소진은 PE 업계 숙제 중 하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PE의 유동성 여력이 더없이 풍부한 시기로 정의된다. 일부 기관 출자자(LP)의 경우 PEF에 약정한 자금 소진 속도가 더뎌 신규 자금 집행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올해도 국민연금을 필두로 공무원연금,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주요 기관의 PEF 출자 예정 금액만 2조원을 훌쩍 넘고 있다.

투자처를 찾고 있는 대기 자금만 40조원에 육박하고 있어 PE를 중심으로 M&A 거래 활성화가 이뤄질지 관심거리다.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투자 특성상 금리 방향성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현재로선 금리인하 시기와 횟수가 시장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점은 부담 요소다.

우선 올 상반기까지 성사된 주요 M&A 거래에서 PE의 활약은 두드러지고 있다. 빅딜로 꼽히는 에코비트 매각전에서는 IMM인베스트먼트와 IMM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이 숏리스트에 포함됐으며 효성화학 특수가스 부문 투자 유치전에도 다양한 PE가 참여한 상태다.

美이벤트 앞둔 코스피 2780대 횡보…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시총 5위권 줄하락 [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