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분위 배율 5.03…2018년 이후 최고치
서울 상위 20% 아파트값 1년 새 9418만원 증가
서울 하위 20% 아파트값은 2194만원 떨어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지난달 서울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 단지는 서울 중구 ‘장충’(전용 31㎡·3층)으로 28일 1억2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최고가에 손바뀜한 아파트는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 200㎡·20층)로 지난달 9일 109억원에 새 주인 찾았다. 서울 최고가 아파트 한 채 값으로 서울 최저가 아파트 90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서울 아파트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핵심지 일부 초고가 아파트는 직전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는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서울 아파트 시장의 집값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일 KB부동산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5.03로 조사됐다. 지난 2018년 4월(5.08) 이후 6년여 만에 최고치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집값을 하위 20% 집값으로 나눈 것으로, 이 배율이 5배라는 건 상위 20% 집 한 채의 가격이 하위 20% 다섯 채와 같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2021년 4.1에서 4.2 수준에 머물렀다. 이어 지난해 5월 4.6을 기록한 이후 11개월 연속 오름세다. 작년 7월 4.7, 9월 4.8, 11월 4.9까지 상승하더니 지난달 들어 5를 기록했다. 고금리 여파로 실수요자들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고가와 저가 아파트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아파트와 비아파트, 수도권과 비수도권뿐만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로 차이가 극심해지고 있다”면서 “서울 내에서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지역 위주로 자산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시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하위 20%(1분위)이 평균 아파트값(4억9338만원)은 전달보다 0.24%(119만원) 떨어졌다. 1년 전(5억1532만원)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4.26%(2194만원) 더 커진다. 반면 지난달 상위 20%(5분위)의 평균 아파트값(24억7958만원)은 0.41%(1008만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23억9540만원) 대비로는 3.95%(9418만원) 올라 증가폭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경기 침체 시기에 부동산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강남과 용산 등 고가 아파트는 전고점을 회복한 반면, 서울 외곽 아파트값은 여전히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겸임교수는 “자금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과 달리 서민들은 고금리가 지속되면 구매력이 약화돼 집을 사기 어려워진다”며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한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매수세가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