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극복에
오너가 형제들 책임경영 박차
SK, 형제경영 강화 움직임 뚜렷
분할 앞둔 효성도 협력 이어갈듯
한화·두산家 핵심사업 운영 협업
[헤럴드경제=김은희·한영대 기자]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 돌파를 위해 재계에서 오너가(家) 형제 경영에 힘이 더욱 실리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축인 에너지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으면서 재계 전반에 걸친 형제경영 시너지에 관심이 모인다. 대표 형제경영 체제로 손꼽힌 효성그룹이 다음달 회사 분할에 나서지만 상호 사업 간 연계성이 깊은 만큼 독립 체제 속에서도 협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과 두산그룹도 형제가 핵심 사업을 따로 또 같이 이끌며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에 힘을 모으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의 지주사 ㈜효성은 오는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밟은 뒤 7월 1일자로 효성과 신설 지주사 ‘HS효성’의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한다. 분할이 마무리되면 조현준 회장은 기존 지주인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을 맡고 조현상 부회장은 신설 지주인 HS효성과 효성첨단소재를 이끌게 된다.
이번 분할로 효성은 형제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지주사별로 사업 분야와 관리 체계를 전문화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두 형제가 계열사 지분 정리를 시작하면서 종국에는 완전한 계열 분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당분간은 상호 협력을 통한 경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 조현준 회장은 섬유 등 전통 사업 영역에서, 조현상 부회장은 산업용 소재 부문에서 경영 활동을 해오며 경영 시너지를 내온 바 있다.
회사 분할 이후에도 조현준 회장은 기존 사업의 책임 경영 강화에, 조현상 부회장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 확대에 방점을 찍고 내실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SK의 형제경영은 더욱 끈끈해지는 모양새다. SK온을 담당하던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지난 10일자로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에너지 분야를 총괄하게 되면서다.
특히 SK가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최적화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 수석부회장에 대한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가 단행된 것은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석유화학, 배터리 등 주력 사업이 흔들리면서 계열사 지분 매각설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 최태원 회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 여파로 지배구조 영향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든든한 내 편’을 중용한 셈이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의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된 바 있다.
SK는 오는 28~29일 이틀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그룹 리배런싱 방향성에 대한 기틀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선 ‘초심으로 돌아가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미에서 그룹 고유의 경영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 회복과 확산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룰 전망이다.
한화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과 차남 김동원 사장,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그룹의 핵심 사업을 맡아 협업하고 있다. 한화 오너가 3세 3형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나란히 참석해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승연 회장이 세 아들이 맡고 있는 사업 현장에 직접 방문해 그룹을 세 아들과 함께 이끌어간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알렸다.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과 조선, 항공우주,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조선 박람회 포시도니아 2024에 참석해 글로벌 친환경 선박사업 현황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다보스포럼에서는 계열사인 한화오션이 개발하고 있는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을 직접 설명하면서 한화의 해양 탈탄소 비전을 밝혔다.
한화금융을 이끄는 김동원 사장은 생명·손해보험업, 은행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통 사업을 담당하는 김동선 부사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협동로봇에 주목하며 유통과 협동로봇 사업 간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두산의 경우 그룹 전통이었던 사촌형제 경영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두 친형제 간 경영 협력은 이어가고 있다. 박정원 회장이 그룹 사업을 총괄함과 동시에 투자를 주도하고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를 이끌면서 협업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그룹 대표 사업인 원자력 발전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30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 결과가 다음달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박정원 회장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지난달 체코 프라하에서 수주를 지원하는 행사를 직접 주관했다. 박지원 부회장은 올해 4월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사업장에 방문했을 때 미래 먹거리인 소형모듈원전(SMR) 역량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