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민간단체 “대북전단 계속”
北 ‘전단+확성기 병행’ 조건 제시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한반도정세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일단 남북 모두 대북 확성기 방송 지속이나 추가 오물풍선 살포 등 즉각적인 추가 대응보다는 달아오른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리 군은 향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융통성 있게 운용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역시 오물풍선 외 새로운 대응을 운운하며 협박하기는 했지만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이 지속될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남북 모두 서로 양보하기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어 자칫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농후한 아슬아슬한 소강 국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10일 전날에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지에 대해 “군은 전략적, 작전적 환경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할 것”이라며 “준비는 항상 돼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8~9일 세 번째 오물풍선 330여개를 살포해 남측 지역에 80여개가 떨어지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응수하고, 이에 반발한 북한이 9일 밤 또다시 310여개의 오물풍선을 날려 보냈지만 곧바로 대응하기보다는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310여개의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했는데, 이전과 마찬가지로 내용물은 대부분 폐지와 비닐 등 쓰레기였으며 안전 위해물질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군 내부에서는 전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마자 북한이 또다시 대남 오물풍선 살포 도발을 감행한 만큼 방송 지속을 비롯한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밤 발표한 담화에서 기구 1400여개를 이용해 휴지 7.5t을 국경 너머로 살포했다면서 “우리의 행동은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빌미로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문제는 탈북민을 중심으로 한 남측 민간단체들이 앞으로도 대북전단을 계속 날려 보내겠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탈북민들의 전위대’를 표방하며 앞서 대북전단 20만장과 함께 가요와 드라마 등 동영상을 저장한 휴대용저장장치(USB)를 북으로 날려 보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어떤 경우에도 대북전단 보내기는 계속 된다”고 공언하고 있다.
남측 민간단체가 또다시 대북전단을 날려 보낸다면 이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과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는 북한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김 부부장이 오물풍선 외 ‘새로운 대응’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국지적 군사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우리 군이 9·19 남북군사합의의 모든 효력을 정지시킨데 이어 연평도와 백령도를 비롯한 서북도서 일대에서 K-9 자주포 등 포병과 함포사격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만큼 NLL 일대가 다시 ‘한반도의 화약고’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한편 군은 전날 오후 지난 2018년 4월 이후 6년여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국군심리전단의 대북심리전 방송 ‘자유의 소리’를 고출력 확성기로 재송출하는 방식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 등 방송 재개 배경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프로그램 개발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규탄했다는 내용, 삼성전자의 지능형 손전화기(휴대폰)가 전 세계 38개국에서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는 등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