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⑤

[헤럴드경제(미국령 사이판)=함영훈 기자] 남양군도는 사이판,티니안,로타,괌 등 마리아나 제도, 미크로네시아, 마샬군도 등을 지칭하는 말로, 이곳을 점령한 일제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한국,유구(오키나와) 등에서 강제 징용해온 사람과 현지 주민들을 착취하면서 붙인 명칭이다. 이를 위해 일제는 남양청이라는 정부부처와 남양흥발이라는 국가기업을 출범시켰다.

삼성부터 리틀야구까지 온국민 사이판-티니안 징용 희생자 추모..공사 생도 “나라 꼭 지킨다”[함영훈의 멋·맛·쉼]
남양군도의 일부인 마리아나 제도 사이판 한국인 위령비에 핀 마리아나주 대표꽃 플루메리아
삼성부터 리틀야구까지 온국민 사이판-티니안 징용 희생자 추모..공사 생도 “나라 꼭 지킨다”[함영훈의 멋·맛·쉼]
한국인 위령탑

한국인 징용자들은 갖은 학대를 당하며 때론 굶주림 속에서 강제노역을 하고, 때론 전선의 맨 앞 총알받이로 희생됐다.

전범을 응징하기 위해 연합군 리더 미군이 1944년 탈환을 위해 들어오자 일제는 징용자와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미군에 잡혀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악랄한 진상이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 기사 하단, 사이판,티니안,로타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기 글 싣는 순서]

▶징용 희생자 1만명..30년 동안 아무 것도 못했다= 그후 우리는 한국전쟁을 겪었고, 일제는 티니안에서 출발한 원폭을 맞고 항복했음에도 한국 전쟁 등을 통해 떼돈을 벌어, 자신들이 과거 점령했던 남서태평양과 동남아에 회사를 세운 다음, 현지인들을 고용해 경제권을 틀어쥔다. 당연히 30여년간 한국인 희생자 1만명을 기억할 만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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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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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이 위령공원을 처음 만든 이용택 회장의 흉상

사이판 한인 추념비는 1981년에 세워졌다. 사이판 마피마을에 고향인 한국 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

앞서 1977년 사이판 이웃 섬 티니안에서 일제 징병, 징용, 보국대위안부 등 강제동원으로 끌려와 희생된 우리 남녀 유해 5000여구를 수습해 한국 충남 천안시 망향의 동산에 안장하고, 티니안에 위령비를 세웠다.

이를 시작으로, 북마리아나 제도의 중심인 사이판에서도 한국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의 추모사업이 시작됐다. 티니안의 5000여구는 집단 매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판에서도 비슷한 수의 희생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독립한지 30년이나 지난 1975년 사단법인 해외희생동포추념사업회가 꾸려졌다. 고국과 마리아나제도를 오가던 이용택 회장이 이끌고, 사이판 지회는 김홍균 사이판한국문화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추념사업회는 사이판, 티니안 한인과 현지 차모로인들의 협조로 오늘날 까지 매년 추념식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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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사이판한국문화원장 겸 추념사업회 사이판지회장이 사이판 한인역사와 위령공원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이용택-조규상 회장, 그들의 영혼을 달랬다= 현재 90대 중반인 이용택회장은 한국 대구에 거주중이다.

이 회장은 위렵탑을 세우던 그해 광복절, “떨어져간 꽃잎처럼 수많은 젊음들이 피맺히 한을 품고 죽어간 땅/ 아시아의 등불...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에서 한때 나라를 잃고 여기 끌려와 돌아가지 못한 겨레는 그 또한 얼마였던가. 지나는 길손이여! 우리는 어찌 저들의 망향의 한을 달래며, 누가 이들을 혈육과 다시 만나게 하며, 무엇으로 그 인생을 보상하랴. 내일 위해 과거를 잊지말고, 두손 모아 평화를 빌며, 또한 그들의 명복을 빌자‘는 추모시비를 남겼다.

1981년에 남긴 태평양한국인위령평화탑 건립기 기록을 보면, 태평양전쟁 최대격전지였던 사이판시 마피에 건립된 평화탑은 추념회와 사이판한인회가 중심이 돼 모금활동을 벌여, 1981년 건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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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사관생도들의 다짐

건립취지로는 ‘1905년 한국의 주권을 일제에 빼앗기고 한국의 젊은 남녀들이 한민족을 대신하여 징병, 징용, 여자정신대라는 명목으로 200만명이 태평양 여러 곳으로 끌려가 처참하게 혹사당하다가 억울하게 희생된 한맺힌 동포 영령들을 위령하기 위해 1975년부터 추념사업을 추진해오다가 역사의 자성 평화애호의 상징으로 건립한 것이다’라고 기록했다.

추념사업목적으로는 ‘일제가 한국을 침략하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저지른 피해에 대한 진상을 조사해 과거사를 자성 복원하고, 민족자존 자주 자립을 다지고, 지구촌화를 실천하는 범민족운동이자, 범인류평화애호운동이다’라고 명시했다.

이후 월드건설 조규상 회장과 조대호 사장이 2006년 3월 18일 월드건설의 사이판 월드리조트 개관을 계기로 이곳을 확장 재정비해, 기품있고 숭고한 분위기로 재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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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망한 일본군 사령부 잔해들

조 회장과 조 사장은 고국에 묻히고 싶었던 태평양전쟁의 희생자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사이판 현지인들이, 희생된 한국인들의 안식을 가슴으로 기원해주기를 바라는 내용의 ‘사이판 섬에 부치는 글’을 써, 비석으로 남겼다.

▶공사생도들 강력한 파워로 나라 꼭 지키겠다= 위령공원 내에는 ▷김동길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가신님들 그리워’ 시비, ▷사이판-티니안 희생자 유해를 국내에 봉환하는 사업에 정성을 쏟았던 이영식목사를 기리는 대구대 총장의 추모비, ▷‘우리의 강력한 영공수호 파워로 다시는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임을 다짐하는 대한민국 공군사관학교 62기 사관생도의 영문 다짐비, ▷‘삼가 고국산천의 봄소식을 전해올린다’는 최길호,김성원,금보라,김수미,이종만,주현,김병기 등 빅토리연예인 축구단(단장 이철향)의 추모비, ▷영덕군수의 자매도시 방문기념 및 추모비, ▷동부화재 임직원들의 추모비, ▷“가고파라, 가고파라, 옛적 옛집에..”로 끝나는 정치근 시, 김규환 곡 ‘그리운 고향’ 노래비, ▷한국걸스카우트연맹, ▷대한민국리틀야구단의 추모비 등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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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행열

삼성물산은 1996년 3월1일 북위 15도13분59초, 동경 145도43분15초 해저, 수심 12m에 지점에, 가로 150cm, 세로 90cm, 높이 30cm의 해저추모비를 세웠다.

김홍균 사이판한국문화원장은 “희생당한 분들은 당시 10대 남녀가 많았고, 많아봐야 20대였는데, 소리없이 죽은 사람들이고 여러 가지 이유로 30년간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다”면서 “한국에선 이용택 회장께서, 이곳에선 한인회가 한 뜻을 모아 위령탑을 만들었고, 조규상 월드건설 회장께서 ‘너무 초라하다’면서 거액을 쾌척해 번듯하게 확장 재출범 시켰다”고 전했다.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건설업계, 1980년대 후반부터 섬유업계 등 한국 기업이 이곳에 진출하면서 일제시대 악몽을 겪다 희생당한 분들에 대한 추모 열기가 확산되고 고국에도 전해지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1980년대 일왕이 이곳을 비공식적으로 참배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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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평화탑 건립기

▶소녀들이 불렀던 ‘사이판 아리랑’ 고증 작업= 일제에 끌려간 10대 소녀들이 이곳에서 불러다는 ‘사이판 아리랑’ 고증 및 공유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일제에 당했던 한국인 소녀들이 이 노래를 불렀고, 현지인들에게 전파돼 현지인들의 입을 통해 알려지게 된 노래이다. 가수 이지상도 이 소식을 듣고 ‘사이판에 가면..’이라는 노래를 만든 적이 있다. 가사는 이렇다.

‘수평선 해거름지는 사이판에 가면 자살절벽 있다지/ 봉숭아 물든 조선 처녀들 꽃잎처럼 몸 던진 자살절벽 있다지/ 눈부신 햇살 번지는 사이판에 가면 신혼부부 있다지/ 밀월 여행 즐기는 아담과 이브 밤이오면 무르익는 사랑노래 있다지/ 잡초 크게 웃자란 절벽에선 지금도 처녀들 신음소리 바람에 실려오고/ 한국인 위령탑엔 갈곳없는 고혼들 떠돌고 있다지, 맴돌고 있다지/ 낭만의 섬 낙원의 섬 싸이판에 가면 전설같은 정신대 조선 처녀들 남긴 아리랑, 아라리오 부르는 원주민들 있다지/ 아라리오 기억하는 원주민들 있다지’

▶전범들 패전한 길, 한국여행객 스포츠카 씽씽= 한편, 이곳에서 멀지 않은 마피산 기슭에 일본군 최후 사령부가 있다. 마피산의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에 있는 천연동굴을 이용해 요새를 만들었다. 당시 불을 뿜었던 녹슨 대포는 지금도 바다를 향해 있다. 계단을 따라 절벽 중간까지 올라가면 동굴을 개조한 콘크리트 벙커를 볼 수 있다. 요새 측면에 2m 정도 크기로 뚫린 포탄 구멍은 이곳이 처절했던 사이판 최후의 격전지였음을 한눈에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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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절벽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전범들의 자실(투신 강요) 절벽 앞으로 한국인의 렌터카가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일대는 싱그러운 열대 수목과 꽃들이 한국 쪽을 바라보며, 근년들어 한국과의 정이 부쩍 깊어진 사이판의 푸른 바다를 편안한 자태로 엄호하고 있고, 그 앞을 원색의 스포츠카, 자전거를 탄 한국 여행객들이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다. 〈계속〉

■사이판,티니안,로타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기 글 싣는 순서 ▶5월13일 ▷원폭 출격한 티니안 가보니, 푸른 파라다이스였다 ▶5월14일 ▷국제 먹방 대회 1위 한국인, 선명한 복근 과시 ▷숨은 보석섬 티니안, 열 빛깔 바다를 품었구나 ▶5월20일 ▷사이판서 등산,승마? BTS순례코스 까지, 즐길 것 늘었다 ▷타포차우산 등정하니 비로소 지구는 둥글다 ▷삼성부터 리틀야구까지 온국민 징용 희생자 추모에, 공군사관 생도들 “나라 꼭 지켜내겠다” ▶5월23일 ▷호기심 천국 티니안 한바퀴..“하루속히 배 띄워야” ▷“작은 고추가 맵다” 티니안 페퍼와 한국인 후손들 ▷티니안 동해에서 서해까지, 선샤인&다크 투어 가이드 ▶5월 27일 ▷여행 구색에서 없는 것 찾기 힘든 사이판 버라이어티 ▶6월 2일 ▷제2그로토, 로타홀을 아시나요? 사이판-티니안-로타의 액티비티 ▷마리아나 헤리티지여행, 태평양을 다 품었다..미키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