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민생회복지원금 ‘선별지원’ 논의 여지에
국힘, “추경으로 빚내 지원, 해결책 될 수 없어”
지원금 지급 논의 당분간 평행선 지속될 전망
[헤럴드경제=안대용·이승환·신현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생회복지원금을 두고 ‘보편적 지원’을 강조하던 당초 주장에서 ‘선별적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어도, 정부여당과 논의를 거쳐 지급 대상을 선별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돈을 풀면 물가를 잡지 못한다는 기조가 바뀐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정부도 민생회복지원금 자체에 부정적이어서 논의는 당분간 계속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전국민 25만원 지원금(민생회복지원금)을 개원 즉시 당론으로 발의해 속전속결 처리하겠다고 한다”며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국민 70~80%에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전국민에 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 도모하겠다고 하나 추경(추가경정) 편성 요건에 맞느냐 하는 법적 문제 제쳐도 근본적으로 사안 대한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며 “고물가로 민생 어렵고 고금리로 가계부채 부담 막중한 시기에 추경으로 빚내서 현금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결코 문제 해결책 될 수 없다.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고금리 지속기간을 늘리며 국민의 세 부담만 가중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 부담만 늘릴 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보편적 지원이냐, 선별적 지원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민생회복지원금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전 국민 지원’을 고수하다가 최근 ‘선별 지원’을 들고 나왔는데, 지급 대상과 규모를 조정하더라도 예산 증액이 정부 권한이어서 민생회복지원금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본다. 또 민주당이 지원금 지급을 위해 입법 방식으로 처분적 법률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도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재정 지출이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고,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렸다.
정부 역시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처분적 법률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을 두고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다수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헌법상 예산편성권이 행정부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정부 여당의 경제 정책 우선순위는 물가 안정”이라며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는 “어려운 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민생 문제를 정쟁화시키고 있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물가 상승 문제가 있어도 (민생회복지원금 여부는) 정치적 문제로 대통령실이 판단할 문제”라며 “민주당이 지도부에 정식으로 제안하지 않고 여론몰이용으로 제안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고려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어려운 국민을 도와드릴 수 있고 더 도와드려야 하지만, 동시에 자영업, 소상공인 골목경제를 살리기 위한 마중물로써의 민생 회복 지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의장은 진행자가 한 총리의 반대 의견에 대한 평가를 묻자 “국민 1인당 25만원이면 전체적으로는 약 13조 원 정도의 재정 지출이 이루어지는데 이 정도 규모의 재정지출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거다. 물가가 오를 거다라고 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진 의장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자고 하는 것이 저희 당의 입장”이라면서도 “한편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지원을 집중해야지 지금 상황에서 보편적 지원이 능사냐’라는 의견이 있는 것 아닌가. 이것은 얼마든 협의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별 지원’에 대해 정부여당과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