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이버 보안 ETF…최근 1년간 30% 넘게↑
“기술적 전문 보안 분야…개별종목보다 ETF 유리”
“2월부터 주가조정…구조적 성장 매력 부각될 듯”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내가 사기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이것(생성형 인공지능)이 역대 최대 성장산업이 됐을 것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연례 주주총회에서 최근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로 제작된 AI 영상을 봤다는 일화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AI를 활용한 사기를 ‘성장 산업’이라고 비유할 만큼,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음을 보낸 것이다.
버핏의 한마디에 시장에선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사이버 보안 산업에 대한 투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매년 생성AI를 업무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기업들이 늘어난 만큼 AI 공격 대응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보안 기술 자체가 복잡하고 분야별로 특화된 만큼 개별종목보다는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한 투자가 유리할 것으로 조언했다.
▶AI 오르자 사이버 보안주 ETF도 급등=AI 관련주가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사이버 보안 ETF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사이버보안 ETF 순자산 1위인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시큐리티 ETF’(티커명 CIBR)는 54.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5월 39.94달러까지 머물던 주가는 올 2월 AI 랠리에 힘입어 60달러선(59.33달러)을 넘보기도 했다. 최근 주가 조정세에도 1년 간 38.3% 올랐다.
같은 기간 ‘앰플리파이 사이버시큐리티 ETF’(HACK)도 35% 넘게 뛰었다. 해당 상품은 최초의 사이버 보안 테마 ETF로, 사이버보안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기업·보안서비스 제공 기업들을 담고 있다. ‘아이셰어스 사이버시큐리티 앤드 테크 ETF’(IHAK·38.3%)와 ‘글로벌 X 사이버시큐리티 ETF’(BUG)(34%)도 30% 넘는 수익률을 올랐다.
최근 한국을 찾은 앰플리파이의 크리스티안 마군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버핏이 AI 확장으로 기업간 사이버보안 경쟁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발전하면서 사이버공격의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에 방패의 역할을 하는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7일·기자간담회)”이라며 자신들의 핵심 상품에 HACK ETF를 소개하기도 했다.
▶방화벽·엔드포인트 보안 등 분야도 다양=사이버 보안 ETF들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팰로알토·포티넷을 비롯해 브로드컴·시스코·옥타·지스케일러 등을 주로 담고 있다. ‘소프트웨어 방화벽 1위’ 팰로앨토의 주가는 지난해 5월 186.75달러에서 올해 2월 380달러로 2배 넘게 올랐다가 현재 305달러선으로 내려온 상태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팰로앨토네트웍스의 목표주가를 335.76달러로 제시하며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AI 시장이 커지면 사이버 보안 수요가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월가에선 ‘엔드포인트 보안 1위’ 크라우드스트라이크도 주목한다. 지난해 주가만 140% 넘게 뛰었다. 앤드포인트는 PC와 모바일기기 같은 IT 디바이스를 뜻한다. 보안 시스템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PC로 원격·재택근무를 하는 환경에서 엔드포인트 기기는 각종 피싱과 랜섬웨어 공격의 쉬운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아마존은 그간 이용했던 보안 툴들을 모두 크라우드스트라이크로 바꿀 만큼 주목받고 있는 보안 회사다.
▶“AI보안테마, 장기 투자처로 유망”=전문가들은 사이버 보안 투자는 개별 종목보다 ETF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IT 보안 카테고리는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 개별 기업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ETF 투자를 추천한다”며 “과거에는 종목간 새 기술의 적응 속도와 시점이 달라 주가 예측이 어려웠지만 현재는 보안 산업이 전반적으로 외형성장하고 있고 각 종목들도 안정적 성장기에 진입했기 때문에 ETF가 더 유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 보안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각국 정부가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려는 정책 의지가 강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에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생성AI를 필두로 블록체인, 메타버스로 최신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IT 보안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IT 컨설팅 업체 가트너는 사이버 보안 시장이 2020년 1338억달러에서 2024년 215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으로 사이버 전쟁이 심화되면서 사이버 보안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의 생성형 AI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 역시 사이버 보안에게 수혜가 될 것”이라며 “최근 사이버 보안 기업들의 주가는 2월 수준으로 회귀 후 횡보하고 있지만 악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구조적 성장성과 방어적 성격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