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지난해 전세보증 잔액 123.7조원
가입 기준 강화에도 세입자 가입 폭증
대위변제액 3조5544억…전년比 285%↑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잔액이 12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재작년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1년 새 19조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른바 ‘깡통전세’ 등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세입자들의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우려로 보증 잔액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HUG는 보증여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정부로부터 5조원 이상 출자받았지만 전세보증 부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HUG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잔액은 약 123조763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104조7641억원과 비교하면 18조9994억원 늘었다.
2019년 49조3930억원이었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잔액은 2020년 63조7904억원, 2021년 85조481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대규모 전세사기 및 역전세에 따른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잇따르면서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폭증한 영향이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면 전세계약 종료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HUG가 이를 먼저 대위변제해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하게 된다.
지난해 무자본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보증 가입기준이 ‘공시가의 150% 이내(공시가 적용 비율 150%*전세가율 100%)’에서 ‘공시가의 126% 이내(공시가 적용 비율 140%*전세가율 90%)’로 강화됐지만 보증 잔액 상승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만큼 전세사기 및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우려한 세입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잔액을 비롯해 분양보증 등의 증가 영향으로 HUG의 전체 보증 잔액은 2022년 말 기준 596조2428억원에서 지난해 말 618조3149억원으로 22조원 넘게 불었다.
HUG는 전세보증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출자를 통해 수조원대 자본금 확충에 나섰지만 보증 부담은 나날이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HUG는 지난 2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 최대주주인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4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에도 국토부로부터 각각 7000억원, 3839억원의 현금출자를 받았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증가와 더불어 전세사기 및 빌라 역전세 여파로 대위변제액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HUG가 전세금 반환 요청을 받고 임차인에게 변제해준 금액은 3조5544억원으로 전년 9241억원 대비 약 285% 급증했다. 대위변제액은 통상 회수에 2~3년 걸리는 데다 피해액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해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상황에 우려되는 보증 중단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자기자본의 70배인 HUG 법정 보증배수를 90배로 확대하고 법정자본금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