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방점, 비재무지표 등 담긴 종합보고서

페널티 부재에 형식적 참여 우려 목소리

“세련된 방식으로 유도” “코스닥 특성 이해해달라”

페널티 빠진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 “‘피어프레셔’ 통한 자발적 유도” [투자360]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정부가 공개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 가이드라인은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시장 내 견제장치를 통해 실질적 동참을 유도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밸류업이 김빠진 증시 부양책이 되지 않기 위해 ‘페널티’ 필요성을 주장하는 시장 내 우려가 있지만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기업 지배구조, 이사회 책임 등 비재무지표도 공시해 사업 현황에 맞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토록 했다.

▶이사회 적극적 참여 권고…비재무지표까지 아우르는 종합보고서=금융당국이 지난 2일 발표한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은 익히 알려진 대로 자율성에 방점이 찍혔다. 큰 틀인 가이드라인을 주되, 기업 현황과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공시하도록 제약을 두지 않았다. 이달 중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준비되는 상장사들부터 연 1회 자율적으로 공시한다. 공시 시점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예고 공시도 가능하다. 여타 기업공시와 마찬가지로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한 경우 정정공시를 하면 된다.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영문공시 병행이 권장된다.

가이드라인은 미래 가치를 제고하는 계획이기 때문에 이미 발생·결정한 내용인 기존 공시와는 성격이 다르다. 사업보고서 등 여러 공시에 산재된 정보를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두고 재구성하도록 한다. 주주 환원 정책과 지배구조, 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지표를 종합적으로 공개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표와 계획을 알리는 게 목적이다.

밸류업 공시에 담길 기업 개요에는 업종, 제품·서비스, 재무실적 등 기본적인 정보를 기재한다. 사업보고서에 담긴 내용이지만, 밸류업 공시 보고서만 보더라도 투자자들이 쉽게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황 진단에는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적합한 핵심 지표를 선정하고 도달하기 위해 국내외 시장여건과 기업 경쟁력 등 검토를 권장한다. 특히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과 성장단계 등을 반영해 중장기적인 지표를 담는다.

비재무지표도 반영하도록 한다. 비재무지표는 일반주주 권익과 관련된 기업 지배구조,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 등을 아우르는 항목이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여부,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여부를 비롯해 환경, 사회적 책임 등 기업가치에 중요한 기준도 담을 수 있다.

목표와 계획 수립 시, 계량화된 수치를 권장한다. 다만 명료하게 제시하기 어렵다면 정성적인 서술로 대체할 수 있다. 가령 ‘2025년부터 2027년까지 ROE 10%를 달성하겠다’는 식이다.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로 목표 변경이 필요하면 정정공시를 통해 수정할 수 있다. 이후 달성 수준과 이행 여부를 자체 평가하도록 한다. 특히 시장과 소통 과정에서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도 권고한다.

▶“엄격한 페널티는 형식적 될 수 있어”…기업들, 시장과 기업 특성 고려 필요=가이드라인이 공개됐지만 실질적인 참여 가능성을 두고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정부는 앞서 배당 및 자사주소각 등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한 법인세 부담 완화, 배당확대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등 지원 방향을 내놨다. 그러나 강제성 없이 세제 혜택을 인센티브로 하는 자발적 권고로만은 실효성에 의문이란 목소리가 크다. 특히 밸류업 공시에 담길 지표들은 대부분 이미 재무정보로 공시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함께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구상한 유관기관은 페널티가 형식적인 참여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엄격한 페널티가 없어다는 우려가 있는데 시장경제 매커니즘에서 가장 세련되고 비용효율적인 패널티가 피어프레셔(Peer pressure·동류로부터 받는 압박)를 통한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자율공시에 엄격한 페널티를 부여하면 진정성 있게 이뤄지지 않고 형식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시장 및 업종별 특성에 맞는 시장의 잣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현수 고영테크놀로지 경영기획실장은 “코스닥 기업은 안정적인 대기업 중심보다는 도전적 시장에서 고성장을 추구하는 모험적인기업들이 많이 있어 상당한 투자를 해야한다”며 “(주주환원 등을)공격적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만큼 이런 부분을 고려해 눈높이에 맞는 평가를 해주면 더 많은 코스닥 기업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韓증시, 4월 수익률 ‘G20 하위권’…코스피 2% 하락세 ‘14위’ [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