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학개미 순매수 1위에 다시 ‘테슬라’
2·3월 엔비디아 뺏겼지만 다시 탈환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한동안 위축됐던 전기차 투심이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중국에서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를 출시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소식에 급등했고 중국 2차전지 제조사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증시에선 중국 전기차 등 기술주를 담은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이 먼저 반등하면서 국내 2차전지 관련주로도 온기가 퍼질지 주목된다.
29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15.31% 오른 194.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3월 1일(종가 202.64달러) 이후 약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발 호재가 영향을 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당국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깜짝 방문한 다음 날인 29일 중국 당국이 테슬라를 포함한 6개 메이커 76종의 스마트카가 전기차 데이터 보안 규정을 통과했다고 발표하면서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이 전기차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곧 출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FSD를 4년 전에 출시했지만, 중국에서는 규제 탓에 그동안 출시하지 못했다. 이에 웨드부시 증권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의 갑작스러운 방중을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하면서 중국에 FSD를 도입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의 깜짝 중국행에 서학개미들도 모처럼 한숨을 돌리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 1위는 여전히 테슬라로, 보관규모는 101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올 들어 테슬라가 저점을 다지면서 지난 2·3월 미국 주식 순매수 1위 자리를 AI(인공지능) 열풍의 대장주인 엔비디아에 내어주기도 했다. 그러다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이달 들어 테슬라는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1위(3억5344만달러) 자리를 되찾았다.
테슬라 주가가 오르면 1.5배의 수익을 거두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DIREXION DAILY TSLA BULL 1.5X SHARES)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6176만달러로 이달 순매수 4위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깃 ETF’(T-REX 2X LONG TESLA DAILY TARGET ETF)도 2140만달러 사들였다. 머스크의 중국행을 기점으로 테슬라가 전기차에서 자율주행 플랫폼·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도 덩달아 상승세다. 이날 미국증시에 ADR(주식예탁증서) 형태로 상장된 중국 전기차 회사인 리오토는 7%대, 니오 역시 2%대 올랐다. 일찍이 중국 2차전지 관련 업체 주가는 실적 개선세에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2차전지 제조사인 닝더스다이(CATL)과 비야디(BYD)는 연초 이후 전날까지 각각 33%, 15% 넘게 올랐다. 여기에 샤오미가 전기차 SU7을 출시한 지 32일만에 1만 대를 생산했다고 알리면서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증시에선 중국 기술주를 담은 ETF들이 먼저 반등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간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와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는 각각 16%, 13% 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ACE G2전기차&자율주행액티브’는 9% 넘게 뛰었다. 이 밖에도 ‘KODEX 차이나항셍테크’, ‘KBSTAR 차이나항셍테크’ 등도 8%대 오름세를 보였다.
한동안 부진했던 국내 2차전지주도 간밤에 테슬라 급등 소식에 힘입어 반등을 노리는 모습이다. 이날 삼성SDI는 전 거래일 대비 3.09% 오른 43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도 제일엠앤에스(22.73%), 하나기술(5.64%), 윈텍(4.22%) 등도 일제히 올랐다. 한편, 같은 날 국내 자율주행차 관련주는 50개 중 29개가 전날 대비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