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 만기 국채 금리 4.7% 근접
국고채 3년물 3.5% 웃돌아
파월 연준의장 매파적 발언에 금리인하 전망 더 후퇴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해 10월 5%를 돌파한 뒤 3.8% 안팎까지 내려앉았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후퇴하며 다시 4%대 후반으로 올라섰다. 이에 가까운 시일 내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개시될 것이란 전망에 베팅한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의 근심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아시아시장 개장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673%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연고점인 4.698%까지 튀어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채권시장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와 동조화 흐름을 보이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국고채 3년 지표 금리는 장내서 3.5%를 넘어섰으며 10년물도 3.7%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시기를 기존 예상보다 늦출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포럼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파월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과 소매판매 등 경기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자 '금리 인하가 머지 않았다(not far)'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시장은 연내 최대 6차례 금리 인하를 기대했으나 현재 이 같은 기대감은 급격히 꺾인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9월경 한 차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연내 상당한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장기채 투자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평가 손실이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대량 순매수한 장기채 ETF는 모두 연저점을 기록, 신규 진입 투자자들은 모두 손실 구간에 놓인 상태다.
상품별 순매수액을 보면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2257억원, 'TIGER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는 1629억원,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는 1139억원어치 등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TMF), 일본 증시에 상장된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2621) 등도 국내 투자자들이 대량 매수한 장기채 ETF다.
금리 인하 시기가 더욱 지연되거나 연내 인하가 없던 일이 되면 장기채 ETF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오랜 기간 수익률 하락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더딘 물가 둔화세와 견고한 고용 등으로 (연준은) 금리인하를 오는 9월에 시작해 연내 2차례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