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6일 국무회의서 총선 관련 입장 발표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소통할 것”

“국민 변화 체감 못하면 정부 역할 못한 것”

대국민 정책 홍보 통한 장외여론전 가능성도

인사 수렁 빠진 용산…부처엔 취임 2년 앞두고 “정책 알려라”[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여당의 참패로 끝난 4·10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민생’과 ‘소통’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선거로 인해 직선제 도입 이후 임기 내내 ‘여소야대’를 보내야 하는 첫 대통령으로 남게 된 만큼, ‘낮은 자세’와 ‘국회와의 협력’ 또한 이번 메시지에 담았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직접 소통’을 강조하면서, 대국민 정책 홍보 드라이브를 통한 ‘장외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도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취임 후 추진한 ▷건전재정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공매도 금지 ▷수출 드라이브 ▷탈원전 정책 폐기 ▷사교육 카르텔 타파 등 정책들이 가진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결국,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실제로 국민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입장 발표에는 전격적인 국정 기조 전환 메시지까진 담기지 않았다. 야권에서 ‘선거 운동’이라며 비판하던 ‘민생 토론회’와 공세를 이어온 ‘의료 개혁’에 대한 입장 또한 고수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민생토론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겠다”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다”고 했다.

다만, 그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비롯한 거야(巨野)에 대한 ‘강대 강 기조’를 유지해 왔던 윤 대통령이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를 언급한 것은 야권에 대한 ‘협치 시그널’로 풀이된다. 정부 출범 후 미완에 그친 개혁 과제들과 민생 토론회에서 발표한 정책들을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총선 직전까지 24차례 개최한 민생 토론회에서 발표한 정책들 중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 야당의 협조 없인 모두 무위에 그치게 될 실정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나, 정부 핵심 사업인 반도체 관련 투자 세액공제 연장도 모두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등 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하겠다”며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을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소통의 일환으로는 ‘민생 토론회’ 등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정책 홍보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 대통령이 그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이어질 때마다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해 온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1일 국무회의에선 국무위원들에게 “정책 홍보도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정책이 나오는 것을 국민이 잘 알 수 있게 만들라”는 취지로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2022년 중단된 ‘출근길 문답(도어스태핑)’의 재개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직후 이어오던 출근길 문답(도어스태핑)을 11월 중단한 이후, 국무회의를 비롯한 국정과제점검회의, 비상경제민생회의 등 TV 생중계를 통해 대국민 소통을 이어왔다.

윤 대통령의 선거 직후 첫 메시지에 담겼던 ‘국정 쇄신’과 ‘경제’ 그리고 ‘민생 안정’ 역시 이번 국무회의 발언에 담겼다. 또 지난 메시지엔 이를 위한 거대 야당과의 협치와 소통의 의미도 포함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인 지난 11일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러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야당과의 긴밀한 협조, 소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는 선거 시작 전부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 대통령의 그동안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고 생각하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