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사전투표율 31.28%
총선 기준 역대 최다…野 192석
비례대표 정당 무효표 130만여표
단순 숫자 계산으로 비례정당 4위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총선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범야권이 192석으로 압승하면서, 다시 한번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진영이 유리하단 공식이 유효한 셈이 됐다. 또한 이번 총선은 비례대표 정당 무효표의 경우도 원내 3석과 맞먹는 역대 최다를 기록한 선거로 남게 됐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권이 108석, 범야권이 192석을 확보한 이번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31.28%로, 총선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1대 총선 대비 4.59%포인트(P)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사전투표율은 평균보다 높은 32.63%로, 더불어민주당은 사전투표에서 서울 48개 지역구 중 44곳으로부터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사전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은 서울 지역구는 서울 서초구 갑, 강남구 갑·을·병 4곳에 그쳤다.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를 거둔 지역구에서도 높은 사전투표율이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한 경향이 포착된다. 서울 서초을 지역의 경우, 신동욱 국민의힘 당선인이 승리했지만 사전투표에선 홍익표 민주당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받기도 했다. 신 당선인은 사전투표에서 2만8538표를, 홍 후보는 3만64표를 얻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을 지역의 김은혜 당선인 역시 사전투표에선 김병욱 민주당 후보에 밀리기도 했다. 김은혜 당선인은 사전투표에서 2만8097표를, 김병욱 민주당 후보는 3만4880표를 얻었다. 조정훈 서울 마포갑 당선인도 본선에선 이지은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599표 차 신승을 거뒀지만, 사전투표에선 이 후보에게 6249표를 뒤지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선 비례대표 정당 선거 무효표 역시도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특이점을 보였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무효표는 130만9931표로, 전체 투표자 2965만4450명의 4.4%에 달했다. 이번 선거에서 원내에 입성하게 된 다른 비례정당들의 득표율과 비교하면, 국민의미래(36.7%), 더불어민주연합(26.7%), 조국혁신당(24.3%)의 뒤를 잇는 수치다. 이는 3.6%의 득표율로 비례대표 2석을 확보하게 된 개혁신당보다도 높은 수치다. 단순 숫자상으로만 보면 무효표만으로도 3석가량을 확보해 원내 비례대표 정당 4위를 차지할 수 있단 계산이 나오는 셈이다.
특히, 이러한 비례대표 선거의 무효표 비율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거대 양당 중심의 위성정당 출연과 함께 오르고 있다. 지난 18~20대 총선 당시 각각 1.6%, 2.2%, 2.7%에 그쳤던 무효표 비율은 21대 총선에선 4.2%를 기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체로 진보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았는데, 이것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현상과 맞물리면서 민주당 쪽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역대 최다 비례정당 무효표와 관련해선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이 다수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제 무당층이 많았다는 것은 지역구 후보는 선택하고 비례대표 정당을 선택하지 않았단 것”이라며 “기존 정당에 대한 비토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하게 표출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