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21대 국회 임기 끝나면 폐기

‘가상자산 과세 유예’ 청원, 11일 기재위 회부

내년 금투세 시행, 가상자산 ‘기타소득’으로 과세

‘코인 과세’ 유예 등 5만 명 이상 ‘국민 목소리’ 92건…21대 국회 외면하나?[이런정치]
12일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의힘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일반 국민 5만명 이상이 동의해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국민동의청원’이 13일 기준 총 92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달 29일인 21대 국회 임기까지 해당 청원들이 처리되지 못하면 임기만료로 폐지된다. 5만 명 이상의 ‘국민 목소리’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임위는 원칙적으로 청원이 회부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한 후 심사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중간보고를 하고 60일의 범위에서 한 차례만 심사기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장기간 심사를 필요한 청원의 경우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상임위 의결로 심사기간의 추가연장을 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사실상 위원회 의결로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청원의 심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제 17대 국회 이후 국회에 접수된 청원의 70% 이상이 장기간 미처리 상태로 있다가 국회의원 임기만료에 따라 폐기됐다. 제 20대 국회에서는 80%의 청원이 폐기됐다.

지난 2020년 1월부터는 국민동의청원제도가 시행되면서 국회에 접수되는 청원 건수가 늘었다. 국민동의청원은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통하여 30일 동안 5만 명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제출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의원소개청원’만 가능했다.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제출양식을 작성해 국회사무처에 제출하거나 소개의원실을 경유해 접수하는 방법이다.

현재 각 상임위에 계류된 청원은 총 154건이다. 이 가운데 의원소개청원을 제외하고 국민 동의 5만 명 이상을 받아 법적 효력을 확보한 국민동의청원은 총 92건이다.

‘코인 과세’ 유예 등 5만 명 이상 ‘국민 목소리’ 92건…21대 국회 외면하나?[이런정치]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가장 최근 동의자 5만 명을 넘긴 국민동의청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관련된 내용이다. 지난 3월 21일 국민청원에 등록된 '코인 과세유예 청원에 관한 청원'은 마감 기한을 열흘 남기고 성립요건을 충족했다. 이에 청원분야의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 지난 11일 회부됐다.

청원인 김 모 씨는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현재 국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2년 유예를 전제로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라며 “가상자산 과세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일단 2년 유예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한 후 과세를 검토해달라”고 청원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된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 투자 상품에서 발생한 수익에 징수하는 세금이다. 세율은 20%로, 과세표준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로 늘어난다.

국내 상장주식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5000만원, 그 밖의 금융투자소득에 대해서는 250만원을 공제한다. 가상자산은 금투세 대상 가운데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50만원이 넘는 소득에 대해 세율 20%를 적용한다.

현재 여야는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금투세 도입에 앞서 가상자산 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가상자산기본법 제정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금투세 폐지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하고, 공제 한도를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당의 입장은 금투세 시행으로 세금이 부과될 경우 해외 투자 자금 유출이 심화되거나 증시 매도세가 강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야당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 수준에 불과하며 제도 도입을 통해 확보되는 세수를 불명확한 우려로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동의청원으로 대변된 국민 여론은 여당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입법권은 현재 과반의석을 가진 야당이 쥐고 있다. 22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포함해 175석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