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t 굴착기 국내에 생산된 제품 중 최대 크기
부동산 침체에도 글로벌 톱3 시장 저력에 베팅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HD현대가 최근 중국에서 일반 굴착기보다 8배 비싼 초대형 굴착기 판매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이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음에도 거둔 성과이다. HD현대는 부진한 부동산 경기에도 중국 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건설기계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달 중국 광산 운영업체인 광업건설유한공사에 125t급 굴착기 1대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HD현대건설기계가 중국에 125t 굴착기를 판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업건설유한공사는 추후 HD현대건설기계 125t 굴착기를 3대 추가 구매할 예정이다.
광산 개발 현장에 주로 사용되는 125t 굴착기는 국내에 생산된 굴착기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전고(지면에서 제품 최상단까지 높이)만 무려 3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6.2m에 달한다. 건물 공사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15t급 굴착기와 비교했을 때 가격은 약 8배 비싸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오랫동안 글로벌 최대 규모 자리를 지켰다. 경제성장률 진작 차원에서 자국 내 인프라 건설을 지속해서 추진한 데 따른 영향이다. 2020년대 들어 현지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건설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중국은 2022년 글로벌 1위 자리를 미국에 내줬다.
침체된 중국 시장에서 HD현대는 고부가가치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125t 굴착기처럼 고부가가치 제품이 주로 쓰이는 광산 개발이 주택 건설보다 꾸준히 진행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중국에서 125t 굴착기를 포함해 초대형 장비 50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내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최철곤 HD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중국에 직접 방문해 현지 딜러사와 시장 조사를 함께 진행했다. 중국 현지 딜러망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향후 중국 건설기계 시장이 반등할 시 판매 채널 규모에 따라 업체 간 실적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두 자리에서 내려 왔지만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글로벌 건설기계 톱3 국가로 꼽히고 있다. 현지 전방 산업이 살아난다면 중국은 언제든 선두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옐로테이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에서 선두인 미국(26.8%)과 중국(18.2%) 간 점유율 격차는 10%포인트 미만이다. 일본(20.9%)과 중국의 점유율 차이는 2.7%포인트에 불과하다. HD현대는 중국 건설기계 시장이 올해 8만5000대에서 2028년 2배 이상인 19만5000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동안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건설기계 시장은 최근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우리나라 굴착기의 미국 수출액은 8498만달러(약 115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5641만달러)보다 45.7% 감소했다.
건설기계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언제 반등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시장 규모와 잠재성을 고려했을 때 건설기계 업체들 입장에서 중국은 여전히 놓칠 수 없는 시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