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승소, 2심 패소

대법,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대법원[헤럴드경제DB]
대법원[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한국 국적인 아버지와 외국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았다면 대한민국 국적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때 국적 취득 절차를 밟진 않은 건 맞지만 행정청이 주민등록증을 부여한 이상 대한민국 국적 보유를 정당하게 신뢰했다는 이유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A씨와 B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국적 비보유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2심과 달리 대법원은 A씨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와 B씨는 대한민국 국적 아버지와 외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각각 1998년, 2000년도에 태어났다. 부모는 당초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뒤늦은 2008년에 혼인신고를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행정청은 이를 수리하면서도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가 ‘외국인 모와 혼인외자의 출생신고’라며 정정 대상이라고 봤다.

행정청은 2009년, A씨와 B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했다. 이에 아버지가 자녀들에 대한 인지신고를 진행했지만 가족관계등록부엔 국적이 해외로 표시됐고, A씨와 B씨의 가족관계등록부도 별도로 작성되지 않았다. 다만, A씨와 B씨는 각각 17세가 되던 해인 2015년과 2017년에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이후 A씨와 B씨는 성인이 된 2019년에 법무부를 상대로 국적보유 판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는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 사실혼 관계에서 출생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음에도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되긴 했으나 2009년에 폐쇄돼 국적 보유자가 아니다”라고 판정했다. 결국 여기에 반발한 두 사람은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은 “행정청이 주민등록증을 부여하는 등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공적 견해표명을 했다”며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믿음으로써 성년이 되기 전 국적을 취득할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만약 미성년자였을 때 국적 미보유 사실을 알았다면 간소 절차에 따라 국적을 취득 했을텐데, 행정청이 오해의 여지를 줬다는 취지였다.

1심은 A씨와 B씨 측 승소로 판단했다. 단순한 형식적·절차적 미비를 이유로 무국적 상태로 내모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부장 강우찬)는 2021년 9월, 이같이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행정청이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표에 A씨와 B씨를 등재한 후 수년간 계속 관리해온 것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취지의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관이 부여한 신뢰 때문에 부모가 단순히 형식적 신고절차를 밟을 기회를 놓쳤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대한민국 국적을 빼앗는 것은 이들을 무국적자로 내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A씨와 B씨 측 패소로 판결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11행정부(부장 배준현)는 2022년 9월, 이같이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것은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됐으나 주민등록이 말소되지 않은 결과일 뿐”이라며 “이를 두고 행정청이 A씨와 B씨의 대한민국 국적 취득에 관한 어떤 공적 견해표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가 2013년, 2017년에 2차례에 걸쳐 A씨와 B씨의 부모에게 국적법에 따른 국적취득 절차를 유선 절차로 안내했으나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가족관계등록부가 철회된 이상 이를 신뢰했다고 하더라도, 부모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A씨와 B씨 측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비록 가족관계등록부가 추후 말소됐거나, 법무부에서 부모에게 국적 취득이 필요하다는 점을 안내했다고 하더라도, 주민등록이 계속 유지된 이상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공적인 견해표명도 계속 유지됐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A씨와 B씨는 평생 보유했다고 여긴 대한민국 국적이 부인되고, 그 국적의 취득 여부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신뢰한 것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법무부의 국적 미보유 판정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이를 파기하고,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낸다”고 결론 내렸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