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지연 ‘늦은 만큼 보상하는’ 상품
보험개발원에서 참조순보험요율 만들어
금감원 신고 수리 절차…연내 출시 예정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항공기 지연을 보상하는 ‘지수형(파라메트릭) 보험’ 1호 상품이 연내 나온다. 지수형 보험이란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으나, 국내에선 도입된 바 없다. 이에 따라 지수형 보험 출시 시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지수형 보험 1호 상품이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보험개발원이 참조순보험요율(참조요율)을 만들어 금융당국에 신고 수리 절차 중이다. 참조요율은 보험개발원이 보험사의 경험통계 등을 기초로 산출한 업계 평균보험요율로, 보험료 산정기준이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수형 보험은 이미 해외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수형 보험은 손실규모가 아닌 사건 규모에 기초해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손해보험이다. 사전에 설정된 객관적 기준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손해에 대한 증빙 및 조사가 불필요해 시간·경비의 절감과 빠른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에 자연재해, 기후위험 등 손해사정을 통해서 손실금액을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거나 과다청구 등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분야에서 주로 활용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수요가 적어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날씨 관련 지수형 보험상품이 주로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지수형 항공보험 형태는 늦어지는 시간만큼 정해진 액수를 보상해주는 식이 될 전망이다. 전에는 비행기가 연착되면 연착 기간 동안 그 영수증을 제출해 증빙해야 했다. 지수형 보험이 도입되면 일일이 손해를 증빙해 실제 손해액을 받을 필요 없이 2시간 늦으면 2만원, 4시간 늦으면 4만원을 지급하는 식으로 지급받게 된다.
금감원 신고 수리 절차가 완료되면 지수형 보험 형태의 손보사들의 상품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후리스크에 대비한 날씨 보험, 사이버리스크를 보장하는 지수형 보험도 검토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의 날씨지수형 보험은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태국에서 2010년 출시한 상품의 경우 태국 기상청의 데이터를 받아 벼농가를 대상으로 가뭄 피해를 보상한다. 7월 또는 8~9월 강수량이 일정 수치 이하가 되면 사전에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누적 강수량에 따라 보험금을 3단계로 차액 지급하는 방식이다.
날씨 관련 상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스카이라인은 미국과 영국의 상장회사들에 대해 비정상적 악의적 사이버공격이 있고 그로 인해 주식시장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월간 손해보험 기고 ‘해외사례를 통해 본 파라메트릭 보험의 국내 도입 방안’에서 “아직은 파라메트릭 보험에 대한 보험가입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형편이므로 먼저 정책성 보험이나 소액 보험을 통해 파라메트릭 보험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시장의 수요를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