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여만명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

보험료 인상해도 손실규모 더욱 커져

“비급여 관리 체계 싹 바꿔야” 지적도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10%가량 추가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그래도 적자인 실손보험 손실 규모가 불어나면 전체적인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비급여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대부분 상승했다. 삼성화재는 102.4%로 전년 98.4% 대비 4%포인트 상승했고 현대해상은 130.5%로 전년 116.7%보다 13.8%포인트 올라갔다. DB손해보험 112.1%, KB손해보험 108.6%로 각각 5.8%포인트, 4%포인트 상승했다. 메리츠화재는 100.7%에서 108.9%로 8.2%포인트 높아졌다.

해당 수치는 위험손해율이 아닌 경과손해율이다. 위험손해율은 산정 시 사업비가 포함되지 않아 100%를 넘을 경우 보험사가 손실을 보는 것으로 판단한다. 경과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합친 금액으로 나눈 값이다. 분모 수치가 커지는 만큼 위험손해율보다 관련 수치가 적게 산출되고, 통상 80% 초과 시 보험사가 손실을 보는 것으로 여겨진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경과손해율 수치인데도 100%를 상회하는 건 손실 규모가 더욱 크다는 의미”라며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인상해도 체질개선이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보험사들은 2015년부터 실손보험 적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보험료를 9년 연속 올렸다. 2015년 15.6% 인상을 시작으로 ▷2016년 19.3% ▷2017년 20.7% ▷2018년 동결 ▷2019년 7% ▷2020년 7% ▷2021년 12% ▷2022년 14% ▷2023년 8.9% 인상했다.

그럼에도 실손보험 손실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건 실손보험 지급액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비급여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실손보험 가입자의 니즈가 맞물린 영향이다.

금융당국이 4세대 실손보험 장려와 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손해율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과잉진료와 보험사기로 인한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 비급여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로 지급한 보험금은 2021년 7조9000억원에서 2032년 14조7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새로운 비급여 항목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와 관련한 시술 건수와 보험금 지급액이 반년 새 37배가량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자 5세대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과잉 의료행위 차단을 위해 실손의료보험 상품 구조 개선 작업을 하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편은 보장 수준을 적정화하고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보험금 지급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4세대 실손보험에서는 비급여에 대해서는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했는데, 업계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비급여 항목별 의료이용량 등 지급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 비급여 체계 개편은 의료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양문석 대출 닮은꼴?…브로커 낀 작업대출, 실형 선고도 [머니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