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필요성·증원 근거·협의 과정 등 낱낱이 밝혀

의료개혁 의지 재확인…“과학적 근거 갖고 대화”

복지부 장차관 파면에는 선그어…국민들 지지도 당부

정면돌파 택한 尹 “근거가지고 제안”…“의사 직역 카르텔 공고, 실패 반복 여유없어” [용산실록]
1일 오전 광주송정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메세지는 확고했고, 태도도 뚜렷했다. 1일 약 50분 간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는 의사 증원의 필요성, ‘2000명’이라는 숫자 증원의 근거, 그간 의료계와의 소통 시도, 국민들에 대한 당부 등이 총망라됐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에 대한 흔들림 없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하다”며 대화 가능성도 열었다. 그러면서도 의사단체들이 요구하는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 생중계에서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다”고 했다. 대규모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지만,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협상에 나선다면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고도 시사한 것이다.

협상 가능성은 열었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일부 의사들은 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마저 거부하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복지부 장차관, 복지부 관계자들과 수십 차례 의사 증원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었다.

또 “우리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이후 꾸준히 의료계와 의사 증원 논의를 계속해왔다”며 “다양한 협의 기구를 통해 37차례에 걸쳐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해 왔다”고 했다. 특히,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2023년 1월 이후 무려 19차례나 의사 증원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했다.

아울러 “2024년 1월 17일 보건복지부는 25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제시해 달라고 의사협회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며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아무런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도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정권퇴진을 운운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고집하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애초 점진적인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지금부터 몇백 명씩 단계적으로 증원한다면, 마지막 해에는 1년에 4천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호소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내셔서 이 자리에 세워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잘 알고 있다”며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의학과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로 만들 수 있도록, 막대한 재정투자를 하겠다”며 “대통령인 제게 가장 소중한 절대적 가치는 바로 국민의 생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