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t당 9000달러 돌파…작황 악화로 생산 줄어
제과업계, 수입국 다변화·원재료 절감 등 대책 고심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하반기 초콜릿 제품 생산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수입처를 다변화하려고 해도 어려운 상황이 비슷해서 쉽지 않네요.” (제과사 관계자)
국제 코코아 가격이 산지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초콜릿 제품을 판매하는 제과 업체도 발등에 불이 붙었다. 당장 수입국 다변화와 생산량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 따르면 이날 5월 인도분 코코아 가격은 t(톤)당 전날보다 2.3% 오른 9844달러(약1330만원)에 마감했다. 전날 코코아 가격은 1만80달러(약 1360만원)로 장중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코코아는 약 2개월 전만 해도 t당 5000달러 미만이었다. 1년 전에는 3000달러를 밑돌았다.
코코아 가격은 기후와 자연 변화의 영향이 크다. 최근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에서 악천후와 전염병으로 수확이 급감했다. 두 국가는 세계 카카오 열매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계 2위 코코아 생산국인 가나가 작황 악화에 따른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초콜릿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제과 업계의 고민은 깊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국제 코코아 가격 인상에 따라 수입국 다변화 등 다양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며 “넉넉한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 비축량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실제 반영까지는 몇 달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제과사 관계자는 “현재 확보된 물량으로 하반기 생산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베네수엘라와 파라과이에서도 수입하지만, 가격이 비싸 판매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할당관세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가격이 4배나 뛰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코아 대신 다른 원료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 제품에 코코아 분말을 쓰고 있는데 하반기가 재계약 시점을 우려해 물량 확보를 위한 대책을 찾는 중”이라며 “코코아 외 다른 원료의 가격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코코아값 인상에 따른 업계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코코아생두에 대한 수입 부가가치세 10% 면세 조치를 내년 12월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이달 식품업계 간담회 이후 코코아 생두에 대해 할당관세를 재정 당국에 긴급하게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할당관세 적용은 거쳐야 할 논의가 많아 아직 실 수요자인 식품업계와 시기, 물량 등을 논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