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피해 잇따르면서 조합원 탈퇴 문의 줄 이어

가입 30일 이내 탈퇴 가능…납입금 돌려받을 수 있어

30일 이후엔 절차 복잡해져…조합 상대로 소송해야

“마통 뚫어 영끌한 1.8억 다 날리게 생겼다” 악몽이 된 지주택 [부동산360]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정말 속 터집니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았는데 몇 년째 진행된 게 없어요. 지금이라도 탈퇴하고 싶은데 소송하면 제 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직장인 A씨는 2021년 싼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그는 “이미 확보한 토지가 사업 대상 부지의 90%를 넘었다”는 추진위원회의 말을 믿고 가입했지만 실제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은 50% 미만이었다. 그는 계약금·중도금 명목으로 신용대출까지 받아 1억8000만원을 냈지만 여전히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A씨는 최후의 수단으로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최근 지역주택조합(지주택) 관련 사기·비리·횡령 사건이 잇따르면서 조합원들의 탈퇴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주택은 기존 정비사업에 비해 규제가 적어 부동산 활황기에 주목을 받았지만, 과장·허위 광고를 믿고 가입한 조합원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지주택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일부 조합원들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주택조합은 6개월 이상 일정 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주택 소유자가 조합을 구성해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이 시행사 업무를 맡기 때문에 일반 분양가의 80% 수준이다. 저렴한 초기 투자비용은 강점이지만 허위·과장 광고, 분담금 증가 등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사업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하만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는데, 상당수 사업장이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해 사업이 수년씩 지연된다.

업계에선 지주택이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하이 리스크’ 정비 사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조합원들이 중간에 탈퇴하는 것이 어려워 소송까지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합 임의 탈퇴가 어려운 만큼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가입을 한 경우엔 조합에 30일 안에 탈퇴 의사를 밝히면 납입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단 청약철회는 2020년 12월11일 이후에 최초로 조합원 모집 신고를 한 조합에 한해서만 주장할 수 있다.

조합에 가입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땐 절차가 복잡해진다. 조합마다 임의 탈퇴와 관련한 정관·규약·규정이 다르며 해당 사항이 있을 때만 탈퇴 요청을 할 수 있다. 대다수 조합은 조합원의 임의 탈퇴 여부를 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로 결정하는데, 부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조합의 귀책 사유를 찾아 가입 계약을 취소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탈퇴를 협의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국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지주택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강산이 발간한 ‘지역주택조합 탈퇴·해산·파산·사기예방 비법’에 따르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조합원 자격상실, 제명 후 분담금 반환 청구, 법정해제권이나 취소권 행사 후 납입한 분담금에 대해 부당이득을 이유로 반환을 요구하는 방법, 조합원 지위 부존재 확인소송 등 여러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지주택은 계약상 일종의 ‘동업 개념’으로 원칙적으로 중도 탈퇴가 불가능하다”며 “지주택 피해자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가입 30일 이내인 경우 가입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 이후엔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해도 납입금을 돌려받기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합이 계약서에 토지 확보율을 허위로 명시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만 계약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며 “지주택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일반 분양 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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