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땅콩 회항’ 사건으로 연일 도마 위에 오르던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7일 검찰에 구속 기소되며 공은 검찰에서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르면 2주 뒤 첫 재판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검찰과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8일 서울 서부지법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이날 오전 무작위 추첨을 거쳐 형사합의12부(부장 오성우)에 배당됐다.
일단 재판이 시작되면 선고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노영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은 “원칙적으로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 두 달 안에 선고를 해야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적용된 혐의만 5가지나 돼 구속기간이 두 달씩 두 차례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 측이 보석 신청을 하거나 형 집행 정지를 신청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법원에서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이다. 검찰과 조 전 부사장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이다. 항공기 항로 변경 조항에서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전날 중간수사결과발표를 통해 “항공기 항로 변경을 세 가지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도로가 항공로가 맞는지, 당시 이뤄진 항공기 회항을 항로 변경으로 볼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이러한 회항이 정상 운항 방해에 해당되는지다. 검찰은 이에 대해 모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항공보안법 2조에 따르면 문이 닫힐 때부터 문이 열릴 때까지를 ‘운항’이라고 명시한 만큼, 항공기가 운항 중 항로를 변경했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 측은 항로를 곧 항공로로 해석하며 혐의를 부인 중이다. 국토부 장관의 고시로 항공로가 지표면 200m 이상 상공으로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항공 사고의 약 70% 가량이 200m 이하인 이착륙 시 벌어지는데 변호인 주장대로라면 200m 이하에서 사고가나도 관련자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조 전 부사장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처럼 항로와 항공로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판사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의 법적 처벌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법원 관계자는 “법 규정이 만들어진 연혁이나 만들어지게 된 배경 등과 더불어 해외 사례를 참고해 그 그 수위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항공기 안전심사 전문가는 “이번 ‘땅콩회항’이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면서 “다만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이카오)에서 내린 운항의 정의는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카오에서는 운항의 개념을 항공보안법 2조와 동일하게 명시하고 있다.
고의과실 인정 여부도 쟁점이 될 확률이 높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항공기가 움직이는 것을 알았다면 하기 지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의성이 없음을 주장했다. 만약 법원에서 고의 과실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정상참작이 될 수 있다.
예상 밖으로 조 전 부사장 측이 항로 변경죄를 인정하고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김경진 법무법인 이인 변호사는 “지나치게 세세하게 쟁점을 논하다 보면 형량도 덩달아 엄격해질 가능성이 적잖다”면서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 측도 의도적으로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여러가지를 종합해볼 때 조 전 부사장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