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 반발에 의사·전공의 협회 모두 비대위 체제로

정부 ‘강경대응’ 기조… 젊은 의사들 ‘조용한 사직’ 움직임

의료계 “총파업해서 꼬투리 잡히기 보다는 실제 큰 타격 될 것”

복지부 “계약 연장 거부 등의 일이 일어나지 않게 설득할 것”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도 집단행동이 아닌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도 집단행동이 아닌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안효정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총파업’에 나설 듯 했던 분위기는 누그러졌다. 대신 ‘조용한 사직’ 등 개별 의사들의 반발 가능성은 남아있다. 2월말~3월초 재계약을 안하는 방법도 전공의들의 선택지 중 하나다. 의대생들의 동맹휴업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사태 확전 방어에 총력전이다.

1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공의들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투쟁을 모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새벽까지 진행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했다. 대전협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러한 결과를 보고하면서도 향후 집단행동 계획은 일단 밝히지 않았다.

박 회장은 전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쓰고 “단체 행동과 의료대란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대 증원 발표를 강행했다”라며 “정부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곧 있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파업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면 너무 지나친 발상일까”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정부가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책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완전히 무너질지도 모른다”라며 “허울뿐인 의료 정책을 중단하고 젊은 의사들이 마음 놓고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의료 정책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다만 박 회장은 구체적인 ‘파업’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 대응’ 기조를 밝혀온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다만 의료계 안팎으로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언제든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의료계 단체간 합의 이후 집단 휴진이나 사직 등 집단행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전공의들이 병원 내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고재우 기자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전공의들이 병원 내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고재우 기자

한 3년차 전공의 A씨는 “지금 집단행동에 즉각적으로 나서는 것은 정부와 여당에 끌려다닌다는 생각만 들어서 집단행동에는 일단 반대한 상태”라며 “지금 당장 행동을 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고 여론에 등 떠밀린다. 그럴 바에는 의료계 단체들이 상호합의를 통해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공의들이 수련 재계약 거부 등 ‘조용한 사직’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대학병원 전공의 4년차 B씨는 “이미 전문의 시험을 끝낸 동료들은 집단행동을 하기보다는 개별적으로 계약을 하지 않아서 병원을 이탈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되면 집단행동이 아닌 개별행동이 된다”고 설명했다. 인턴 C씨 역시 “개인적으로는 당장 파업 등 집단행동을 나서도 문제가 없는 상태지만, 전공의협의체 등에서 신중을기하고 있는 만큼 조심스럽다”라며 “사직서를 내는 등 개인 행동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성모병원 일부 인턴들은 사직서를 제출할 수 없다면, 이달 말로 예정된 수련교육 종료 후 다음 단계인 레지던트 과정을 밟지 않고 병원을 떠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레지던트 과정이 끝나 전임의 계약을 앞둔 전공의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턴은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는 3∼4년의 수련기간을 명시해 병원과 수련 계약을 맺고 있다. 각각의 수련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병원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식을 검토하는 셈이다.

대한응급의학 의사회 관계자는 “총파업을 해서 꼬투리를 잡히는 것보다는 ‘조용한 사직’이 실제로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의사들의 파업을 두려워할게 아니라 의사들의 포기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상황을 검토했으며,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날 “전공의들은 1년 단위가 아니라 처음 시작할 때에 전체 수련기간에 대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등의) 일이 실제 벌어지지 않도록 저희가 계속 설득해서 함께 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
지난해 12월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

한편, 의대생들도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에 나섰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전날 저녁 온라인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었다. 의대협은 약 6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의 의대 증원 등 의료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행동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의대협은 구체적인 집단행동 방향을 결론짓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대생들은 대전협의 움직임에 연대할 계획을 세웠으나, 대전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며 신중모드에 돌입한 만큼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던 2020년 때처럼 국시 거부나 수업 거부, 동맹휴학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의사 국시가 지난달에 이미 종료돼 합격자 발표까지 완료된 터라 국시 거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대협은 지난해 11월 말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철회를 촉구한다”며 “정부가 독단적인 정책을 강행할 시 결코 그것을 좌시하지 않고 미래의 교육환경과 미래의 환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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