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유럽 각국이 반 무슬림 정서와 이슬람 급진주의의 충돌로 인해 테러 위협이 심화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발호와 이들을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들의 출현, 이슬람권 이민자들과 극우주의자들의 충돌이 테러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결국 문명의 충돌로 번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이슬람을 풍자해 논란을 빚은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에 무장괴한이 침입해 결국 12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의 대규모 무슬림 인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이슬람 급진주의가 유럽 전역의 안보 관계자들의 우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물론 독일, 스웨덴 등 각국에선 이슬람 혐오주의가 악화돼 무슬림에 대한 보복행위와 이에 따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저항,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페기다’, 경기침체와 이슬람 이민자 급증 반대=지난 5일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이란 단체가 반이슬람 시위를 주도했다. 경찰은 시위에는 1만8000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 각국이 수 년에 걸친 경기침체로 생활이 어려워진 가운데 이슬람 출신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인데 페기다의 시위는 이런 유럽인들의 정서를 크게 반영한 것이다.
PEGIDA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드레스덴에서 이슬람 이민자 급증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시위 초기엔 참가자가 수백 명에 그쳤지만 세력을 확장하면서 다른 도시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1일 독일 주간지 슈테른이 독일인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반이슬람화 거리시위가 인근에서 열리면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이 13%로 집계돼 소수 극우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도 반이슬람 정서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응답자 10명 중 3명이 반이슬람화 시위가 정당화될 수 있을 만큼 이슬람이 독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무슬림 인구 최다, 프랑스 이슬람 혐오 악화=이번 샤를리 엡도 테러는 그동안 프랑스 내 반 무슬림 정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10% 수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으며, 보복행위들이 우려됨과 동시에 이슬람 혐오 문제도 악화하고 있다.
7일부터 판매된 프랑스 인기 작가 미셸 우엘베크의 새 소설 ’복종‘은 가까운 미래에 프랑스에서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 여성들이 취직할 수 없게 되고 일부다처제가 도입된다는 내용을 담아 논란을 빚었다.
프랑스 뉴스채널 i텔레 진행자 에릭 제무르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500만명의 무슬림을 추방하지 않으면 격변이나 내전에 빠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 결과 프랑스에서 반이민 정책을 표방하는 극우정당 국민전선(NF)이 1위를 차지했고 독일에서는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 민족민주당이 유럽의회에 진출하는 등 극우정당이 득세한 이후 이슬람과의 충돌이 잦아졌다.
▶’외로운 늑대‘ 테러, 무슬림 사원 방화=극우세력이 최근 위력을 떨치는 스웨덴에서는 이슬람 사원을 방화하는 사건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잇따라 3건 발생했다.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지난달부터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이른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가 잇따랐다.
지난달 20일 중서부 도시 주 레 투르의 경찰서에서 아프리카 부룬디 태생의 프랑스 국적자인 20세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을 다치게하고 현장에서 사살됐다.
이 사건의 이튿날에도 동부 디종에서 40세 남성이 승용차를 몰고 군중을 향해 돌진해 11명이 부상했다.
이들은 샤를리 엡도에서 테러를 저지른 괴한들처럼 범행 전에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지난달 23일 TV에 출연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가 3건 연속 발생하자 “프랑스 내 테러 위협이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며 도심에 군인을 투입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유럽 지도자들은 ’외로운 늑대‘들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다가 본국으로 돌아와 테러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 반 이슬람 정서 확산 우려=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신년사에서 반이슬람화 운동 주도 세력을 “마음 속에 편견, 냉담, 증오를 지녔다”고 비판하고 이들의 집회에 참여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국민전선을 겨냥해 “위험한 포퓰리즘과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를 비롯, 다수의 정치인과 예술가, 운동선수 등 유명인 80여명은 지난 6일 독일 일간 빌트에 ‘페기다에 노(No)를!’이란 제목의 호소문을 실었다.
독일 쾰른시 당국은 지난 5일 페기다 지지세력이 시위 확산을 우려하며 쾰른대성당의 등을 모두 소등하기도 했다.
드레스덴에서도 폴크스바겐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민주사회에 대한 지지입장을 재확인하기 위해 밤사이 유리로 된 자동차공장의 조명을 끄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