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통해 “부진한 사업 매각” 언급
롤 모델은 LG, SK?…구조조정 경험 부족한 롯데
핵심사업 원하는 시장과 괴리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역점 사업을 언급하며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내 눈길을 끈다. 국내외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용해 선택과 집중에 주력해 온 LG와 SK그룹 등을 롤 모델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기업과 비교해 롯데는 '팔아 본 경험'이 부족하며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사업 재편 성과를 도출할지 주목되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최근 10년 사이 외부에 매각한 사업부나 계열사로는 ▷일본 롯데리아 ▷중국 음료사업 및 롯데마트 ▷외식 사업(TGIF) ▷베트남 제과(비비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그룹에 유동성을 안겨 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의 경우 구조조정 성과로 보기엔 한계가 따른다.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위반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절차였다. 거래의 세부 조건이 알려지지 않은 일본 롯데리아 매각을 제외하면 대부분 어느 정도 손실을 감내하고 처분했거나 지정학적 변수 등으로 철수한 해외 사업이다.
롯데는 주로 내부에서 계열사를 주고 받으며 지배주주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꿔 왔다. 최근 신 회장의 발언으로 그룹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신 회장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바이오 테크놀로지,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소재 등 성장 산업으로 사업을 교체하고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겠다”라고 밝혔다.
물론 신 회장이 일본에서 진행한 인터뷰로 국내보다는 현지 사업을 언급했을 개연성 높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롯데그룹은 일본에서 제과업과 야구팀 구단주 역할에 주력하고 있어 이를 매각할 경우 현지 사업 기반은 약해질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사업 재편 고민은 크지만 그동안 매각해 본 적이 없어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부진한 사업을 매각할 경우 살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사업을 매각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역량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알미늄이 보일러 사업을 정리할 때도 자산 손상을 감내하고 철수했으며 추후 서비스권만 외부에 매각했다.
그동안 재무적투자자(FI)를 상대로 투자를 유치한 사례도 드물다. SK, LG 등 주요 기업의 경우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거나 수익성 높은 사업을 처분해 신사업에 투입할 재원을 마련하는 M&A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롯데가 영위하는 사업 가운데 업황 다운사이클, 산업 패러다임 변화 등으로 부진을 겪는 분야는 건설, 유통과 이커머스, 영화관, 일부 화학 사업 등이 꼽힌다. 대부분 경쟁이 포화 상태거나 시장성이 약해 투자 가치도 낮아진 상태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에서 부진한 사업은 시장에서 팔릴 가능성이 낮고 시장성 있는 사업은 롯데가 팔 의지가 없을 것”이라며 “사업법인이 아니더라도 부동산 등 비영업 자산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그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며 "현재 매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