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임차인 협의매수·우선매수권 지원
전세임대 신설·다가구 매입임대 요건 완화
법률지원 확대…내달부터 중개사 책임 강화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정부가 이날 발표한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는 세입자 보호 대책도 비중 있게 담겼다. 지난해 부동산 임대차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비(非) 아파트 수요를 위축시킨 ‘전세 사기’ 피해 경감을 위한 종합 지원을 실시하기 위한 목적이다. 피해 임차인 대상 협의매수와 우선매수권 활용 지원부터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위험계약 방지 등을 통한 전세사기 예방을 골자로 한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 공급이 늘었던 빌라와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의 공급이 전세사기 여파로 공급이 급감하고 있는데,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우선 피해 임차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보증금 회수’를 위한 협의 매수 및 우선매수권 활용을 지원키로 했다. 임차인 외에 다른 채권자가 없는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공매 낙찰매입(낙찰가)보다 조기에 피해주택을 감정가에 협의 매수해, 보증금 반환을 조기화하는 방안을 우선 시행한다. 이는 경공매 낙찰 매입보다 반환 금액도 높일 수 있다.
이어 채권자가 여러 명이면, 채권자 간 채권조정 협의를 거쳐 감정가 이내로 부채총액을 조정해 매입할 수 있게 했다. 복잡한 권리관계로 협의매수가 어려우면, 우선매수권을활용해 낙찰받을 수 있도록 경·공매 대행 및 저리금융 등을 지원한다.
협의매수나 우선매수권 활용 등이 곤란한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선 전세임대 지원을 신설한다. 기존 주택 매입 시 통매입이 불가피한 다가구 주택도 매입할 수 있도록 매입임대 요건을 완화(임차인 전원 동의→피해자 전원 동의)한다. 피해 임차인 금융지원도 확대한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구입 대출을 지원하고, 경매 개시에 따른 피해자에게는 계약 만료 전이라도 전세 대출 저리 대환을 조기화한다. 현재는 계약 만료 후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은 경우에만 저리 대환 대출 지원이 나온다.
피해 임차인 지원 접수창구도 ‘전세피해지원센터’로 일원화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전세피해지원센터 인근에는 금융상담 특화지점도 별도 지정한다. 또,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법률조치 수행 시 어려움이 없도록 법률전문가 대행비용 지원을 인당 140만원 한도에서 확대한다.
철저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공인중개사 책임도 강화한다. 그동안 임대인의 체납 세금 등을 임차인들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를 위해 다음달부터는 임대인 체납, 등기부에 포함되지 않는 확정일자 부여 현황, 전세사기 방지 특약 등을 중개사가 직접 확인하고 설명하는 의무를 부여한다.
이어 전세사기로 인한 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 실효성 강화를 위해 연간 공제 한도(현재 개인 2억원·법인 4억원)를 위험요인에 따라 상향·차등화한다. 소송 없이 지급할 수 있도록 절차도 간소화한다. 임대차분쟁조정위 조정사항에 '중개 사고'를 추가해 지급기한을 2~4년에서 3개월로 단축한다.
이외에 위험계약 방지를 위해 임대관리업체 관리·감독 강화, 허위계약검증 등을 통해 보증금 미반환과 사기계약 체결도 사전에 방지한다. ‘안심전세앱’ 정보 제공도 강화한다. 이 같은 임차인 보호 조치는 전세사기 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임대차 시장 수요 회복으로 비아파트 공급 회복을 이끌 수 있단 점에서도 주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