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출
은연 ‘18개 은행별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수’ 자료
시중-지방은행간 형평성 문제 불거질 수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의 상생금융안에 발맞춰 전 은행권이 ‘자영업자 이자 캐시백’이라는 최초의 프로그램을 내놓은 가운데 지방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역민에 금융공급 역할을 해야 하는 지방은행의 경우 자영업자 차주 수는 많지만, 당기순익은 그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는 캐시백을 더 많이 받고, 지방은행의 경우 덜 받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영업자 차주 수 하나·신한·국민·우리銀 순
9일 은행연합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18개 은행별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수’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 중 자영업자 차주 수가 가장 많은 은행은 하나은행(29만6240명)이었으며, 그 다음은 신한은행(26만5194명), 국민은행(24만4757명), 우리은행(20만4360명) 순이었다. 이들 은행의 자영업자 차주들이 받을 수 있는 이자 캐시백을 1인 평균으로 단순 계산하면 112만원, 107만원, 145만원, 129만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정부와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이자 캐시백에 나선다고 밝혔다. 우선 총 2조원의 재원을 각 은행의 당기순익을 기준으로 나눈 다음, 각 은행의 자영업자 차주들에 대해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납부액의 90%를 캐시백해준다. 차주당 총 환급한도는 300만원으로 정해졌다.
다만, 당시에 은행연합회는 “은행별로 자행의 건전성, 부담여력 등 감안하여 일부 지원기준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시백 비율을 90%가 아닌 70%로 조정하든지, 환급 한도를 200만원으로 줄이는 등의 차이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별 자영업자 차주 수를 분석한 결과, 지방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차주별로 줄 수 있는 캐시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익에 비해 대상 차주 수가 많기 때문에, 일부 은행은 상생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인당 돌아갈 수 있는 캐시백 금액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자 캐시백, 부산·대구·경남銀 1인당 평균 55~77만원 줄 수 있어
부산은행의 경우 지난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익이 3936억8800만원이라 재원 비중이 2.5%(502억원)밖에 안 되지만, 자영업자 차주수가 6만5051명에 달해 1인 평균 자영업자가 받을 수 있는 캐시백이 77만원에 불과하다. 이어 대구은행도 비슷한 77만원, 경남은행 55만원, 전북은행 69만원, 제주은행 19만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99만원)가 1인당 평균 줄 수 있는 캐시백보다도 못한 금액이다.
농협은행도 상황이 비슷하다. 농협은행이 보유한 자영업자 차주 수는 32만1818명으로 전 은행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당기순익은 1조6105억원 수준으로 시중은행 중에선 가장 적어 1인당 받을 수 있는 금액이 63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별 차주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세부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한계점이 분명 존재한다”며 “차주간의 형평성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은행 측은 자사의 차주들이 받은 대출 금액이 시중은행 차주들보다 절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한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에는 시중은행 대비 영세한 자영업자가 많다”며 “2000만원~3000만원을 빌리는 소액 차주들이 많기 때문에 캐시백을 200~300만원까지 받는 차주가 결과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차주가 이자 캐시백을 받는 데 있어 차별이 발생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무위 소속 오기형 의원은 “지방 소상공인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각종 상생금융 대책들의 설계가 적정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