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방위산업체의 방만한 경영 행태가 대규모 적발됐다. 정부의 소홀한 관리와 이를 악용한 업체가 만들어 낸 비리이다. 불필요한 독점계약, 과도한 보상 등으로 최소 5668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

감사원은 6일 지난 5~7월 간 방위사업청, 각 군 본부,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벌인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방산물자를 지정ㆍ관리하는 단계부터 방산업체 보상액까지 사실상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한문제점이 노출됐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가능한 품목이 늘었지만 업체 선정엔 이런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 감사원 조사 결과, 1317개의 방산물자 품목 중 237개 품목은 이미 다른 업체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경쟁 가능 품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237개 품목에 들어간 비용은 총 3조3493억원에 이른다. 방산물자로 지정되면 경쟁에 따른 일반물자보다 원가가 11.4~34.9% 높게 책정된다. 즉, 이들 품목을 방산물자가 아닌 일반 품목으로 지정했다면 최소(11.4% 기준) 3818억원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그밖에 방산업체에 보상해주는 비용 계산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방사청은 투자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방산업체가 설비에 투자한 비용을 보상해주고 있다. 그 비용을 책정할 때 시장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방사청은 1997년도 기준인 13%의 시장이자율을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실제 시장이자율은 13%에서 3.19%(2013년)로 꾸준히 하락했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2175억원의 비용을 과도하게 보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산업체를 선정하거나 관리할 때 기본적인 조건도 현장에선 유명무실했다. 방산물자의 특성상 수입품 의존도를 줄여야 하지만 2013년에 계약된 368건 중 75건은 수입부품 비중이 50% 이상이었다. 감사원 측은 “전시엔 핵심부품의 수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에 대한 고려 없이 방산물자를 지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대로 된 생산시설이 없는 업체가 방산업체로 선정되는 사례도 나왔다. 탄약적재장치 등을 생산하는 I사는 핵심부품 생산시설이 없다. 외주로 부품을 조달해 조립만 한 채 납품하고 있는데 방산업체로 선정, 유지되고 있었다.

투명하지 않은 선정 절차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06~2014년 4월까지 방사청이 지정한 449개 방산물자 중 407개(90.6%)가 방산진흥국장의 전결로 처리됐다. 투명한 분석 없이 사업체 선정이 독단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감사원 측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경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심의를 거쳐 업체를 선정해야 했지만 이런 절차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방산업체 선정 과정을 재검토하라고 통보하는 등 주의 11건, 통보 21건, 시정 1건 등 총 33건의 조치를 전달했다. 감사원 측은 “업체와의 유착 등 방산시장 부조리의 원인을 없애고 저비용, 고효율의 무기 체계를 구축하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