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국내 증시에서 ‘투자경고’ 지정 종목의 수가 1년 전에 비해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2차전지에 이어 초전도체 등으로 이어진 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연말 들어 총선 관련 정치 테마주 열풍으로 이어지면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시장경보 제도상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215건으로 지난해 연간 143건보다 50% 증가했다.
시장경보 제도는 소수 계좌에 매매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거래소가 투자위험을 고지하는 제도로,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로 구분된다.
투자경고 종목은 지정 후 추가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 거래가 정지될 수 있으며 투자위험 종목은 지정 당일 1일간 거래가 정지된다.
월별로 보면 지난 4월 투자경고 종목 지정 건수가 3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8월(28건), 3월(24건) 등이 뒤를 이었다.
3월 들어 2차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양, 포스코엠텍 등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됐으며 4월에도 자이글, 알에프세미, 이브이첨단소재 등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고 전해진 종목들이 투자경고 종목으로 다수 지정됐다.
8월에는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서남, 모비스, 덕성, 신성델타테크 등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이 투자경고 대상에 상당수 포함됐다.
이달 들어서는 14건이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5건은 대상홀딩스, 와이더플래닛, 태양금속 우선주 등 정치 테마주였다.
3건은 한화투자증권 우선주, 갤럭시아머니트리, 갤럭시아에스엠 등 토큰증권 및 가상자산 테마 관련 종목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한동훈 테마주’나 ‘이낙연 테마주’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비트코인 급등과 토큰증권 시장 개막 기대감에 가상자산 및 토큰증권 종목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경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투자위험 종목은 올해 14건으로 집계됐다. 이달에만 2건이 지정돼 지난 4월(4건) 이후 가장 많았다.
이달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대상홀딩스 우선주, 덕성 우선주로 모두 정치 테마 관련 기업이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 실적이 부진하고 성장성이 희소해지면서 유망 종목을 찾는 과정에서 실적보다 다른 변수를 찾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에 2차전지 등 성장 관련 테마주들이 시장에서 부각되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정치주 등 테마주에 현혹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기준 정치 테마주로 묶이는 대상홀딩스와 태양금속의 신용잔고는 각각 77억원, 7억원으로 지난해 말 금액의 2배, 4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이들 종목에 대한 ‘빚투’ 열기도 뜨거워졌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까지 엮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테마주를 중심으로 초단타 매매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이슈에 편승하는 단기적 흐름의 매매는 변동성이 크고 재료가 소멸하면 급격히 하락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