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행정명령 ‘평가’입장…유엔 北인권안 ‘환영’과 대조적 한미공조가 또 하나의 고민거리…남북 해빙무드 속도조절 불가피
새해 들어 남북한 최고지도자의 ‘덕담’으로 훈풍이 감돌던 남북관계가 소니픽처스 해킹에 대한 미국발 대북제재 조치라는 암초를 만났다.
남북관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인사회에서 통일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의 대전환, 대변혁을 강조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낳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북한의 정찰총국과 광업개발공사, 단군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개인 10명에 대한 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남북관계에서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소니 해킹과 관련된 것으로 남북대화 움직임과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남북관계 진전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인권 등을 둘러싼 국제사회 공조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효적인 측면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 겨울 휴가지에서 행정명령에 서둘러 서명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대북제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남북관계에 있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의 입을 빌어 북한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감의 발로라고 비난했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의 대조선 제재조치는 민족화해의 기운에 찬물을 끼얹고 북과 남의 대화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며 남북관계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로서는 가뜩이나 불확실한 북한을 상대해야하고 국내 보수진영의 여론도 신경써야하는 상황에서 한미 공조라는 쉽지 않은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안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민은 미국의 행정명령 발동에 대해 13시간만에 ‘지지’가 아닌 적절한 대응조치로 ‘평가’한다는 다소 정제된 표현의 외교부 논평에서도 읽힌다.
외교부가 이번에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연말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상황을 의제로 채택하자 ‘환영’한다고 했던 것과도 온도차가 나는 대목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이번 조치는 아무래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북한과 대화나 협상을 할 생각이 없고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같이 해왔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다만 “광복 70년, 분단 70년이라는 점에서 남북 모두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정상회담은 힘들겠지만 고위급접촉 정도는 가능할텐데 정부가 이산가족문제와 함께 5·24조치와 금강산관광 문제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