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엔화예금 1조1623억원 육박
일본 중앙은행 쏠린 눈…“금리 조치 없으면 890대 가능성도”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지난주 일본 중앙은행(BOJ)이 오랫동안 고수해온 ‘나홀로 마이너스 금리’ 탈출 신호를 보내면서 860원대에 머물렀던 원/100엔 환율이 900원 위로 치솟았다. 내년부터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 후반까지 오르고 기업들도 임금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BOJ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원/100엔 재정환율은 903.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엔 환율은 지난주 BOJ의 금리 피봇(Pivot·정책전환) 언급에 따라 919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외국환중개 고시 기준 원/엔 환율은 11월 7일 868.8원에서 하향세를 거듭해 16일 860.66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다. 이후 원/엔 환율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BOJ의 발언 이후 이달 8일 6.7% 치솟아 919.15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8월 21일 919.75원 이후 최대치로, 약 4개월만에 다시 반등한 것이다.
급등한 엔화 가치에도 불구하고 저점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당장 이익을 실현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일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1조1623억엔으로, 지난 10월 말(1조489억엔) 대비 1134억엔 증가했다. 원/엔 환율이 860원대에 머물렀던 지난달 7일과 비교해도 오히려 216억원 늘었다.
시장에선 내주 18~19일 예정된 BOJ 금리 결정 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지난 10월의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유연화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며 “내년 4월 중으로 일본은행이 0.1~0.1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마이너스금리 정책 또한 종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3% 수준으로 목표치인(2%) 수준을 꾸준히 웃돌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금센터는 “정책위원들의 물가목표 달성 확신도 강해진 상황”이라며 “내년 봄에 있을 임금 협상이 출구전략을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일반적으로 3월 중순경에 임금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 직후인 4월에 정책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BOJ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엔화 가치는 900원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최근 원화 가치가 엔화 가치 상승에 동조화되고 있는 데다, 일본 경제가 여전히 부진해 그 상승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다음주 BOJ에서 긴축 정책이 나올 경우 원/엔 환율은 930원 정도가 1차 목표가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다시 890원대로 낮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일본이 강력한 조치를 하더라도, 원/엔 환율은 많이 올라가야 970원 정도로 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본다면 일본 경제 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