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보유 여부 및 입주형태별 자산 증감…가계금융복지조사 세부 분석
가장 큰 자산 상승세, 부채 미보유 전세 계층…부채 보유 자기집과 명암
고금리·부동산 경기 침체, 영끌족 직격…고물가 속 당분간 비슷한 기류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부채를 보유하지 않고 전세로 입주한 이들이 올해 가장 많이 자산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1년 사이 평균 4000만원 이상 늘었다.
반면, 부채를 가지고 자기집에 사는 이들은 자산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들은 반대로 자산이 4000만원 이상 줄었다. 1년 새 두 계층 간 자산 규모가 8000만원 이상 달라진 셈이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빚을 크게 내 부동산을 구매하는 ‘영끌족’이 역풍을 맞은 모양새다.
12일 가계금융복지조사 상세 통계가 수록된 국가통계포털(KOSIS) 입주형태별 자산·부채·소득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 미보유 전세 계층’은 자산이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해 4351만원 늘었다. 부채가 없기 때문에 순자산액도 같은 규모로 증가했다. 부채보유 여부 및 입주형태별 계층 중 가장 많이 자산과 순자산액이 증가했다.
반면, ‘부채 보유 자기집’ 계층 자산은 지난해 같은 시점 대비 4049만원 감소했다. 부채는 오히려 256만원 늘었다. 이에 순자산액은 4305만원 감소했다. 모든 계층을 통틀어 가장 큰 감소세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내 가구당 평균 실물자산은 4억140만원으로 5.9% 감소했다. 부동산 중 거주 주택은 10.0% 감소했다.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 타격이 컸을 수밖에 없다.
부채 여부를 따지지 않더라도 자가와 전세 간 명암이 갈렸다. 자기집 계층은 자산이 3878만원 감소한 반면, 전세 계층은 1917만원 증가했다. 순자산액으로 따져도 자기집은 3862만원 줄었고, 전세는 1313만원 늘었다.
자기집 계층과 전세 계층의 자산 격차는 이에 지난해 2억4301만원에서 올해 1억8505만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자기집 계층 자산은 7억3669만원, 전세 계층은 4억9368만원을 나타냈다. 올해는 자기집 6억9791만원, 전세 5억1286만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내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2.2%에서 2.1%로 0.1%포인트 하향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에서 2.6%로 0.2%포인트 높였다. 내년 경기가 기존 예상보다 안 좋고, 물가 상승세도 더 길게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긴축기조 기간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섣불리 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고 중장기 문제가 더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