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요소 수출 통제에 요소수 대란 우려
요소 전량 수입하는데 그중 90% 중국산
국내 생산은 극심한 적자에 2011년 중단
생산 재개 논의도 나오지만 수익성 없어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중국이 요소 수출을 통제하고 나서면서 제 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선 벌써 요소수 사재기 조짐이 있고 가격을 5~6배 높여 판매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죠. 화물차, 건설장비가 멈추고 발전·철강 등 주요 산업까지 타격을 받았던 2021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현장에선 쏟아져 나옵니다.
대체 요소가 뭐기에 우리 산업·물류 현장은 중국의 규제 하나에 긴장하고 있는 걸까요.
요소는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의 화합물입니다. 영어로는 유리아(Urea), 한자로는 오줌 뇨(尿)자를 쓴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소변에서 발견되는 성분입니다. 체내에서 합성되는 이 물질을 공업적으로 생산해 자원으로 쓰는 겁니다. 고체 상태의 요소는 흔히 질소계 비료로 활용되고 의약품 원료 등으로도 쓰입니다.
물에 요소를 녹인 게 바로 요소수입니다. 요소수의 쓰임새는 다양하지 않지만 디젤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의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설치하는 장치에는 필수적입니다. 주요국이 환경보호를 위해 디젤 자동차는 요소수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디젤차에는 요소수가 ‘제2의 연료’나 다름없죠.
요소수는 요소에 물을 일정 농도로 혼합하는 간단한 공정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도 비율만 맞추면 직접 만들어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그 요소를 우리나라가 전량 수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올해 10월 산업용 요소를 기준으로는 90% 이상을 중국에서 가져오고 있죠. 중국에서 요소를 수입해 오지 않으면 요소수를 만들 길이 없는 겁니다.
우리 화학업체가 요소를 직접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물론 우리 기업도 과거에는 요소를 생산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6년 전인 1967년에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요소 공장이 한국에 세워지기도 했죠. 그러나 롯데정밀화학(당시 삼성정밀화학)이 2011년 요소 생산을 중단하면서 요소 국내 자급의 명맥은 끊겼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이 당시 요소 공장의 문을 닫은 이유는 수익성이 나빴기 때문입니다. 값싼 중국산 요소의 공습을 버티지 못한 거죠. 실제 사업보고서를 보면 요소 사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 적자였습니다. 당시 회사측은 ‘원가경쟁력과 수요 상황을 고려해 경쟁력이 열위한 제품은 합리화 차원에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프타에서 나오는 수소를 활용해 요소를 만들었는데 나프타를 수입해 가공하다 보니 생산원가가 비쌌습니다. 반면 중국이나 중동·동남아 국가는 값싼 자국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이용해 요소의 주원료인 수소를 만들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던 겁니다.
게다가 수소와 질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만들고 그 암모니아를 이산화탄소랑 반응시켜 요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온과 고압, 즉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이 가능한 나라가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요소 사업은 경쟁력 자체가 없다 보니 심하게는 몇백억원씩 적자를 봤던 터라 사업을 그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요소가 산업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다 보니 국내 생산을 재개하자는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경제 안보 차원에서라도 요소를 어느 정도는 자체 생산해 확보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화학업계의 생각은 달라 보입니다. 수십 년간 생산해 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생산은 문제가 아니지만 수익성이 없어 회사 입장에선 재개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공장을 다시 지으려면 2년 이상은 소요되는 데다 투자금도 상당히 필요한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철 지난 사업에 뛰어들 기업이 어디 있겠냐는 거죠.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줄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중국은 이번 요소 수출 제한을 자국 공급 부족에 따른 일시적인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관련 업계도 중국 내 요소 수요는 겨울철에 집중되기 때문에 내년 봄까지 규제를 지속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해석합니다. 내년 3월까지 필요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다만 요소수 발주량은 이미 급증하고 있고 중국이 규제를 이어갈 경우 타격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정부는 요소의 공공비축물량을 두 배로 늘리고 기업이 중국 외 제3국으로 수입을 다변화할 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2년 전 전국적인 대혼란을 겪고도 공급망 관리를 허술하게 하다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 8일 중국은 요소에 이어 화학비료의 원료인 인산암모늄까지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의 자원 수출 통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막았고 10월에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흑연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희토류에 대한 수출을 통제할 조짐도 감지됩니다.
공급망 문제가 국내 경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찾기 마련이지만 중국 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조치에 대비해 정부 측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