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이틀에 한 갑의 담배를 피우던 대학생 이영호 군(가명ㆍ26)은 새 해부터 담배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심했다. 올해부터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취업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끽연’ 만한 게 없지만, 학생 신분으로 늘어난 담뱃값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A 군은 “담뱃값이 늘어났지만 당장 끊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든다”며 “당분간은 기존 지출과 비슷하게 담배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 해 담뱃값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애연가들의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흔히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여겨지는만큼 소득이 많지 않은 대학생, 저임금노동자들의 불만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소득은 늘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며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인상된 담뱃값에 따르면 한 달에 한 갑의 담배를 피우던 사람은 이제 월 6만 원 가량을 담뱃값에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기존 2500원 시절에는 한 달(30일 기준)에 7만5000원 하던 담뱃값이 이제는 한 달 13만5000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경우 1년에 91만2500 원이었던 담뱃값은 164만2500 원으로 무려 51만 원이 늘어난다. 상황이 이렇자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담뱃값 인상 폭이 최저임금 인상폭 등과 비교하면 너무 크다”며 “서민 물가만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실제로 올해 최저임금은 5580 원으로 지난 해(5210원)에서 7.1% 인상되는 데 그쳤다. 주 40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는 한 달 116만6220 원을 최저임금으로 받는 셈이다. 이들이 하루 한 갑씩 한 달간 담배를 피울 경우 전체 소득의 10% 이상을 담뱃값에 지불하는 셈이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대학생의 경우 부담이 더욱 크다. 지난 해 10월 구인구직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876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 월 평균 생활비는 49만7725 원이다. 대학생 한 명이 이틀에 한 갑의 담배를 피우더라도 용돈의 10% 이상이 담배 소비에 쓰인다. 지난 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사회조사’에 따르면 성인평균 흡연량이 1일 15개비였다.

일부에서는 가격인상이 과연 금연으로 이어질지 의문도 제기된다. 편의점에서는 아직 인상가가 결정되지 않은 외국산 담배를 찾는 인파가 줄을 잇는가 하면, 개비 당 300 원 안팎의 개비담배 판매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담배 포장지를 뜯고 개비담배를 파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이미 SNS 등에서는 업체 정보를 공유하는 누리꾼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노점상 상인은 “음료수 가격이 올라간다고 음료 판매량이 크게 줄지는 않는다”며 “담배를 찾는 사람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새해라서 금연 결심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